"성인이 되자마자 집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미친듯 일했어요"
가정폭력 피해 성인자녀들 120명 모여 집담회
"너의 약점을 드러내지 말라 조언에 더욱 말 못해"
"언어적·정서적 폭력, 가정폭력 인식하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가정 폭력은 내 잘못이 아닌데도 마치 내 가정의 흠이 내 흠이 되는 것 같아서 말을 못 했다. 이 자리 전에 처음으로 친구와 말했고 오늘도 쉽지 않다."
"엄마는 늘 내게 너희들 때문에 버틴다고 말했다. 내가 없었으면 부모님은 이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성인이 되자마자 집에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미친 듯이 일했어요."
가정폭력 피해 성인자녀 집담회 과정에서, 그리고 준비 중에 피해자들로부터 나왔던 말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달 31일 '집 안보다 집 밖이 더 안전했던 우리들 이야기'라는 주제로 집담회를 개최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이자 목격자였던 성인 자녀들이 전주, 김해, 부산 등 전국에서 120여명이 모였다.
4명의 발언자들이 발표를 하고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가정폭력 피해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번째 발언자 개미는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을 지켜보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또 다른 발언자 모래는 '나의 경험을 가정폭력이라 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가정폭력의 목격자에서 당사자로 정체화 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발언자 박복숭아는 폭력의 대물림이란 인식의 위험성을 지적했으며 마지막 발언자 새미는 피해자의 인권보다 가정보호와 유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 통념 때문에 가정폭력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날 집담회에 참석한 한 참여자는 "누군가에게 가정폭력에 대해 말했더니 너의 약점을 함부로 드러내지 마라는 조언을 해서 더 말을 안 하게 됐던 것 같다"며 "언어적, 정서적 폭력을 가정폭력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여자는 "현재 주거 정책이나 청년 정책 등 은 폭력 현장으로 분리 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가정폭력을 신고했을 때 제대로 조사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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