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마켓연합 "이마트 등 대기업이 골목상권 침탈"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규탄 대회…새정부와 국회에 강력 제재 요청
대기업 출점 점포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
주변 상권에 대한 사전영향평가제 즉시 도입
의무휴업일제를 확대 시행
동네슈퍼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수퍼마켓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23일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규탄 대회'를 열고 새정부에 의무휴업일제 확대 시행 등을 요구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입으로 생계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대통령과 정부에 호소했다.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회에서 강갑봉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신세계 이마트, 롯데, GS 등 대기업이 대형마트, 대형슈퍼, 편의점까지 싹쓸이 하고 있는데도 우리 동네 수퍼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이번 규탄대회를 시작으로 신세계이마트 뿐만이 아닌 대기업 계열의 대형유통사는 물론 동네슈퍼와 골목상권을 고사시키는 모든 대기업은 뜻을 모아 응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나 국회가 골목상권과 동네수퍼를 위해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연합회는 호소문을 통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행위에 새정부와 국회가 앞장서 줄 것을 호소했다. 연합회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의 무분별한 골목 진입을 초기 단계에서부터 막을 수 있도록 출점 점포의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해 시행해 달라"며 "주변 상권에 대한 사전영향평가제 즉시 도입과 의무휴업일제를 확대 시행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슈퍼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연합회가 발표한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출점 현황'에 따르면, 2014년 기준으로 경기 지역이 144개 점포로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점유율 28.8%를 차지했다. 서울 15.8%(85곳), 부산 8%(43곳), 인천 6.5%(35곳), 경남 6%(32곳), 경북 4.8%(26곳), 대구 4.7%(25곳), 충남 4.3%(23곳) , 전북 3.9%(21곳)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2016년 기준 경기도 내 대형마트 중 이마트는 49곳으로 가장 많았다. 롯데마트 32곳, 홈플러스 33곳으로 조사다. 서울의 경우 이마트 30곳, 롯데마트 14곳, 홈플러스 19곳 순이었다. 인천은 이마트 8곳, 롯데마트 9곳, 홈플러스 11곳으로 집계됐다.
기업형수퍼마켓(SSM)의 경우 2013년 기준 롯데수퍼 388개, 하나로마트 2038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422개, GS 수퍼마켓 258개, 이마트 에브리데이 162개 등 약 1만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양기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물류센터위원회 위원장은 "신세계이마트 등은 덩치 작고 힘도 없는 영세상인과 골목상권, 동네 수퍼들을 잡아 먹을 궁리만 한다"며 "골목상권과 동네수퍼는 더는 버틸 힘이 없는 상황이고 우리를 향해 깊숙이 찌르고 있는 '대기업의 칼'을 제발 뽑아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특히 신세계 이마트의 편법 행위를 지적했다.
이휘웅 경상남도 창원지역 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신세계 이마트는 유통법을 교묘하게 피해 별다른 제재를 받지 못하는 자체상품(PL)을 주로 판매하는 '노브랜드 전문관'을 서울과 경기, 부산, 대전, 세종 등 총 28개 매장을 내면서 골목상권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다"며 "전국 28개 점포에서 발생한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638억원에 달해 인근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는 중소마트와 전통시장의 매출 급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와 경기 광명시의 실제 피해사례도 발표했다.
김국환 광주광역시 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마트 노브랜드에서 만들어진 건전지와 물티슈, 감자칩 등의 히트상품은 동네 수퍼마켓 등에서 주로 판매되고 있는 품목"이라며 "현재 이마트 노브랜드와의 가격경쟁에서 도저히 버틸 수 없어 많은 동네 수퍼마켓 등은 존폐 위기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 상권보다 최대 60~70%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이마트 노브랜드의 공세에 밀린 자영업자의 붕괴로 전통시장을 비롯한 주변 상권은 초토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재철 광명시 수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도 "유통산업발전법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농수산물 매출 과다 점포와 대형마트로 분류되지 않은 롯데프리미엄아울렛과 같은 복합쇼핑몰 등의 진입으로 영세 자영업자가 설 자리는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명시는 이마트 광명소하점과 코스트코 광명점을 비롯해 롯데슈퍼 4곳, GS 슈퍼 2곳, 홈플러스익스프레스 7곳, 이마트메트로광명점 1곳, 이마트에브리데이 1곳 등 총 17개의 대규모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더불어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이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다.
박재철 이사장은 "최근 광명시에 입점한 초대형 가구전문회사인 이케아에서 가구 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등도 함께 팔면서 주변 상권의 매출이 기존보다 55% 이상 감소했다"며 "월 평균 매출액이 20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에 해당하는 중소업체 중 80%가 넘는 중소상인이 매출 하락으로 인해 경영이 악화되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새정부가 대선 때 약속했던 공약을 하루 빨리 이행해 줄 것을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공약 당시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 등에 대해 대규모 점포에 포함시켜 규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입지를 제한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영업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연합회는 1990년 1월 설립된 단체로 전국 52개 수퍼마켓협동조합으로 구성됐다. 약 3만명의 (준)조합원이 활동하고 있다.
연합회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은 더욱 노골화 되고 골목상권 장악의 검은 마수는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집요해지고 있다"며 "새정부는 대선 때 약속했던 공약이 하루 빨리 이행되도록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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