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2회 입양의 날
입양 전 출생 신고 의무화로 입양 건수 되레 줄어
부모들 대부분 꺼려 보호시설 보내지는 아이들만 늘어
법원 허가 절차 등 입양특례법 "현실 맞지않다" 목소리도

‘베이비 박스의 비극’…버려지는 아이들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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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베이비박스가 들어오면 일단 부모를 찾아 상담을 합니다. 출생신고를 해야 아이를 입양 보낼 수 있다고 설명을 하죠. 그런데 대부분은 출생신고를 하지 않더라고요. 호적에 남을까봐 꺼리는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베이비박스'를 받고 있는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 관계자는 "일주일에 4~5명의 아이가 들어오는데 대부분 부모들이 출생신고를 안 한다"며 "이런 아이들은 보호시설로 보내지고, 입양까지 훨씬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11일은 제12회 입양의 날이다. 건전한 입양 문화를 정착시키고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05년 제정됐다. 그러나 오히려 최근 국내 입양 건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데 비해 베이비박스 이용 건수는 늘어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6 보건복지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입양된 아동 수는 1057명으로 2011년 2464명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특히 입양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출생신고를 의무화하고, 양부모의 자격 등을 규정한 입양특례법이 2012년 시행되자, 이듬해인 2013년엔 922명까지 줄었다. 반면 베이비박스 이용건수는 지난해 278건으로 2012년 79건, 2013년 252건 등에 비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베이비박스로 들어온 아이의 출생신고는 기관으로 보내진 다음 단독호적으로 진행되는데 이때는 평생 친부모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아이의 권리 강화를 위해 제정된 입양특례법이 오히려 발목을 잡는 것이다. 한 입양 관련 기관 담당자는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입양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2013년 입양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그 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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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개정된 특례법에 따라 입양 전 출생신고가 의무화 되다 보니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부모가 많다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입양을 장려하기 위해 2012년 전면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사랑공동체교회 관계자는 "낙태가 쉬워지는 분위기가 있어 곤경에 처한 미혼모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불륜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라 도저히 호적에도 올릴 수 없는 30대 여성들도 아이와 함께 찾아온다"고 말했다.


더불어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선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특히 법원이 입양 허가를 내리기 전 양부모가 입양아와 함께 살아보는 사전 위탁 기간엔 아이의 권리가 제대로 보호 받지 못 한다. 지난해 위탁 가정에서 한 번 파양된 후 또 다른 위탁 가정에서 4살짜리 아이가 온 몸에 멍과 화상을 입은 채 병원에서 뇌사 판정으로 사망한 사건도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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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이가 검증된 양부모에게 입양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절차상 법원 허가 단계를 신설한 것"이라며 "또한 친부모의 신원이 제대로 확인돼야 아이가 나중에라도 부모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아이의 출생신고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사생활 보호를 위해 불필요하게 입양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해서 입양아의 인권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며 "하지만 개인 사생활 측면에서 불필요하게 이러한 사실들이 알려져 고통 받지 않도록 제도적 정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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