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클볼 봉인해제…'Fear'밴드로 진화하다
kt 피어밴드, 너클볼 잡는 포수 장성우와 호흡 맞춘후 특급에이스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로야구 kt 위즈의 라이언 피어밴드(32)가 국내 프로야구에 너클볼 바람을 불러왔다.
그는 지난해 서른한 경기에서 7승13패 평균자책점 4.45(182이닝 90자책)을 기록했다. kt는 올시즌을 앞두고 다른 외국인 투수를 찾다 여의치 않자 피어밴드와 재계약했다. 그런데 그 피어밴드가 시즌 시작하자마자 펄펄 날고 있다. 17일 현재 3승무패, 평균자책점은 0.36(25이닝 1자책)에다 22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하고 있다. 피어밴드의 눈부신 변신은 너클볼 덕분이다.
피어밴드는 원래 너클볼을 잘 던지는 투수다. 그러나 2015년 넥센에 입단, 지난해 7월 29일 kt로 이적해 두 시즌을 뛰는 동안 이 공을 자주 던지지 않았다. 그의 너클볼을 받아줄 포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너클볼은 가운데 세 손가락을 이용해 튕기듯 밀어던진다. 공의 회전이 거의 없고 떨어지는 방향이 일정하지 않다. 투수도 공이 어디로 갈지 모를 정도다. 타자가 치기도, 포수가 받기도 어렵다. 그래서 '스크루볼', '자이로볼'과 함께 '3대 마구'로 꼽힌다.
피어밴드가 올해 너클볼을 던지는 이유는 포수 장성우(27)가 있어서다. 장성우는 2015시즌 롯데에서 뛸 때 '너클볼의 명수' 크리스 옥스프링(40·현 롯데 코치)의 너클볼을 받은 경험이 있다. 장성우는 "옥스프링이 던지는 너클볼은 변화가 심해 타자가 치기 어렵지만 제구가 잘 안됐다. 반면 피어밴드의 너클볼은 움직임이 크지 않고 떨어지는 폭도 작지만 제구가 잘 된다. 구위와 관계없이 포수 입장에서 받기 편하다"고 했다.
국내에는 너클볼을 주무기로 던지는 선수가 없다. 흔히 사용하지 않는 구종이다. 2015년까지 한화에서 뛴 마일영(36)이 너클볼을 잘 던졌지만 주무기는 아니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팀 웨이크필드(51)가 너클볼을 상징한다. 그는 너클볼을 주무기로 사용해 통산 200승을 거뒀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 '너클볼의 전설' 필 니크로(78)다. 니크로는 마흔여덟 살에 은퇴할 때까지 24년 동안 너클볼로 318승을 거두고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1995년 시즌을 앞두고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방출된 웨이크필드는 너클볼을 던져보라는 니크로의 권유를 받았다.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전담 포수 덕 미라벨리(47)를 만난 뒤 승승장구한다. 미라벨리는 보스턴의 주전 포수인 제이슨 베리텍(45)보다 너클볼을 잘 받았다. 보스턴은 2005시즌을 마친 후 미라벨리를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트레이드했는데, 이듬해 웨이크필드는 4월 한달 동안 1승4패로 부진했다.
보스턴은 5월1일 미라벨리를 다시 불러들였다. 그날 웨이크필드는 홈에서 숙적 양키스를 상대로 등판할 예정이었다. 미라벨리는 경찰차를 타고 경기장에 가면서 차 안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부랴부랴 경기에 출전했다. 웨이크필드는 7이닝 3실점으로 버텨 승리투수가 됐다.
피어밴드는 "전지훈련 때 kt 포수들과 호흡을 맞춰보니 잘 잡아줘 올해 너클볼이 주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kt 수비도 안정이 돼 너클볼을 적극 활용한다면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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