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한 은행들, 100년 기득권 내려놓는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에 이자·수수료 수익, 9-16시 근무 등 관행깨기 움직임
직장인 마이너스 통장 0% 금리 상품 출시…국민銀, 오후 7시까지 야간 영업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시중은행들이 100년간 지켜왔던 기득권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철옹성 같았던 은행권 판도를 변화시킬 '메기'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에 은행들이 '이자ㆍ수수료 수익', '9-16시 근무 체계', '은행 중심 서비스' 등 기존 관행을 깨고 있는 것이다. 창구에 편하게 앉아 이자나 수수료만 챙기는 기존 시중은행의 방만한 영업행태에 질린 고객들이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는 탓이다.
불과 2주일 만에 20만명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K)뱅크로 계좌를 갈아탄 점이 이를 방증한다. 이들은 한결같이 케이뱅크가 "문턱 높은 대출, 영업시간 제한, 번잡한 거래절차 같은 시중은행 관행에 메스를 들이댔다"며 환호하고 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은행권에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케이뱅크가 최저 연 2.68% 짜리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자 시중은행들이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 대표주자는 KEB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17일 마이너스통장 대출한도의 10%까지 연 0%의 금리를 적용하는 'ZERO(제로)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기존 공무원, 초ㆍ중ㆍ고교 교직원, 우량 기업체 임직원에게만 적용되던 제로 금리 혜택을 일반직장인, 전문직 종사자 등으로 확대한 것이다.
같은 날 369정기예금의 기본금리도 0.2%~0.3%포인트 인상했다. 예치금액을 불문하고 1.2%대였던 정기예금 금리가 변경후 300만원 이상은 1.4%, 3000만원 이상은 1.45%, 1억원 이상은 1.5%로 상향 조정됐다. 매 3개월 지정일에 중도해지시 금리도 기존 0.8%에서 0.35~0.50%포인트나 올랐다. 3개월 1.15%, 6개월 1.2%, 9개월 1.3%로 상향 조정됐다.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제로금리 상품 등 대출 금리를 대폭 낮춘 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와관련, 윤종규 KB국민은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금리 경쟁력을 보면서 더 다양한 대출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다양한 비대면 상품 라인업을 통해 고객의 선택폭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해외송금수수료도 현저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2호 인터넷은행 출범을 예고한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의 10분의1 수준으로 수수료를 받기로 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창구ㆍ인터넷ㆍ모바일 등 기존 해외송금수수료 체계를 전면적으로 뜯어 고친다.
시중은행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나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것은 100년간 변하지 않았던 '전가보도'(傳家寶刀)다.
실제 지난해 시중 6대 은행 이자순수익은 19조958억여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2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수수료도 같은 기간 3조90억원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변하지 않던 근무체계도 바뀌었다. 고객의 요구에도 끄떡하지 않던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의 24시간 영업체계에 바로 꼬리를 내린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이달부터 전국 130여개 영업점에서 오후 7시까지 야간 영업을 시작했다. 업무 시간 중 은행 영업점 거래가 어려운 고객들을 위한 조치다.
입출금 거래와 대출 등 낮 시간대에 할 수 있는 모든 금융 거래가 가능해졌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국민은행의 영업시간 연장 성과를 보고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은행 중심의 대출 금리 산정 체계와 공시ㆍ알림 서비스도 고객 중심으로 확 바뀐다. 이달부터 은행들이 똑같은 기준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또 우대금리를 받던 고객이 상황이 달라져 우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바로 알리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자신의 신용등급이 상승했거나 대출 금리가 낮아졌는데도 불구 높은 이자를 내고 있을 때는 금리인하요구권을 제시할 수 있다.
아울러 다음달부터는 은행들이 대출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내릴 때는 리스크관리, 여신심사 담당 임원들로 구성된 내부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대출금리를 합리적으로 산정했는지 검증도 거쳐야 한다.
시중은행들의 이같은 기득권 내려놓기 시도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운동장'을 흔들겠다고 한 만큼 기존 은행권은 기존 개념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앞으로는 금리 혜택도 있지만 급여계좌 이동을 막기 위해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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