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에게 너무 높은 대선 본선의 벽…대선 후보 경선에서 3번째 패배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손학규 국민의당 후보가 다시 한 번 대선 경선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2007년, 2012년에 이어 3번 연속 당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대선 후보를 뽑는 당 경선에서 3번 연속 2위를 한 것은 한국 정당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진기록이다.
은퇴와 정계복귀를 반복했던 손 후보의 정치적 위상도 급속도로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손 후보는 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충청지역 경선에서 총 투표수 1만487표 중 1297표(12.37%)를 받는데 그쳤다.
이날 국민의당 후보로 선출된 안철수 후보가 8953표(85.36%)를 쓸어담았다.
20%가 반영되는 여론조사경선에서도 손 후보는 12.37%에 그쳐 안 후보(84.2%)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전국 7차례 순회경선(80%)과 여론조사경선(20%)을 합친 손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18.07%였다.
안 후보의 최종 득표율(75.01%)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 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에 밀려 각각 2위에 머물렀던 손 후보는 이번에는 안철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손 후보가 대선 후보에 도전한 정당은 여당(대통합민주신당)-제1야당(민주통합당)-제3당(국민의당)으로 시간이 갈수록 정치적 위상이 낮아졌지만 그의 득표율도 34.0%, 22.2%, 18.07%로 낮아졌다.
손 후보가 국민의당에 입당할 때부터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전남 강진에서 2년 동안 토굴 생활을 하다 정계 복귀를 선언한 손 후보에게는 국민의당 입당 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다.
당 내외에서는 대기업에서 퇴임한 임원(손학규)이 중소기업 창업주(안철수)에게 도전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 후보는 당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무런 지분도 없이 입당해 한 달 만에 대권에 도전한 손 후보에게 밀릴 정도로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당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호남 중진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후보가 당의 대선 후보가 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호남 지역의 재선 의원은 “당의 미래를 위해서는 안 후보가 대선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손 후보는 경선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 ‘벼랑끝 전술’로 투표소 현장 투표 비중을 80%까지 반영하는데 성공했다.
안 후보 측에서 모바일 투표 도입을 주장했지만 손 후보가 반대해 관철되지 못했다.
손 후보는 2012년 민주통합당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 때문에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패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손 후보는 조직을 최대한 가동하면 안 후보와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다고 계산했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표심은 그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민의당 당세가 가장 센 광주·전남·제주 경선에서 22.91% 득표율로 완패하면서 승부는 이미 갈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손 후보는 자신의 고향이자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낸 경기도에서도 20.3% 득표율에 그쳐 체면을 구겼다.
손 후보가 힘 한번 못 쓰고 완패하자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의 ‘기획’에 당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박 대표가 국민의당 경선 흥행을 위한 불쏘시개로 손 후보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손 후보 측 관계자는 "도와주겠다는 박 대표의 말에 넘어갔지만 지지율을 올리지 못한 것은 결국 본인 책임"이라고 말했다.
손 후보는 정계 은퇴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날 경선이 끝난 뒤 "저 손학규, 더 큰 국민의당으로 거듭나는 길, 개혁공동정부를 세워서, 개혁 정치를 통해 체제를 교체하고, 삶을 교체하는 길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내 3당 경선에서 10%대 득표율에 그친 70세의 '올드보이'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모두가 안철수 후보에게 안 된다고 봤는데 손 후보 본인만 몰랐던 모양”이라면서 “이 정도 기본적인 정세 판단도 못하는데 어떻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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