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FTA '사각지대' 탓…정유업계 600억원 '관세 폭탄'
2011년 한-EU FTA 체결 이후 정유4사 6년간 영국서 무관세로 원유 수입
관세청 "로열더치셸의 대행사 통해 수입한 원유는 관세 내야" 문제 제기
뒤늦게 내야 할 관세에 가산세까지 합치면 600억원 달할 듯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국내 정유사들이 뒤늦게 '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지난 6년 간 영국에서 무관세로 수입한 원유에 대해 500억원 이상(업계 추산)의 관세를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여기에 관세를 늦게 낸 데 따른 가산세를 합치면 업계 부담은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세관은 우리 정유사들이 무관세 혜택을 받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세청은 원칙을 내세우며 과세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관세청은 최근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에 한-EU FTA 체결 이후 영국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이하 셸)로부터 수입한 북해산 브렌트유에 대한 관세를 납부하라고 통지했다. SK에너지와 에쓰오일 등 나머지 2개 정유사에 대해선 아직까지 심사 중이다.
관세청의 갑작스런 요구는 정유사들이 셸로부터 원유를 직접 수입한 게 아니라 셸의 대행사로부터 들여왔다는 이유에서다. 관세청 관계자는 "한-EU FTA 협정조항에 따르면 수출업자가 수입업자에게 '원산지 신고서'를 발급해줘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대행사는 원산지 신고서를 발급할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인증 수출자'인 셸로부터 수입한 것이 아니므로 정유사들에게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 관세청 해석이다.
그러나 영국세관과 국내 정유사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영국세관은 "셸은 예전부터 대행사를 통해 원유거래를 유지해 왔으므로 적법한 수출에 해당한다"며 정유사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국내 정유사들도 "계약은 대행사와 맺었으나 원유 수출에 대한 책임은 모두 셸이 지고 있어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원유를 수입해왔다"고 항변했지만 관세청은 요지부동이다.
2011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정유4사가 영국으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1억1657만6000배럴이다. GS칼텍스가 5725만8000배럴로 가장 많고, SK에너지 3868만1000배럴, 현대오일뱅크 1638만8000배럴, 에쓰오일이 424만9000배럴 순이다. 이중 일부가 쉘 대행사로부터 수입한 물량이다. 해당 물량에 3% 관세를 매겼을 때 정유 4사가 내야 할 관세는 가산세를 포함해 600억원 정도다. 이미 정유사 중에는 관세를 낸 곳도 있다. 다만 이 정유사도 관세를 돌려받기 위한 행정절차를 검토 중이다.
정유사들은 이런 조건에선 FTA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할 뿐더러 원유 도입 다변화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유사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메이저 기업인 쉘과 거래가 끊겼다"라며 "원유 대량 구매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없어 다른 자유무역 국가 대비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아직 과세 심사 중이라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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