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이 변했다-르포④]면세점서 사라진 깃발…2명짜리 단체관광도 등장
롯데면세점 소공점 젠틀몬스터 매장 앞. 매장 규모가 작아 입장하지 못한 고객들이 복도로 길게 줄을 서 있고, 매장은 계산하려는 중국인관광객 등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
인바운드 여행사, 단체여행객 쪼개기로 中 국가여유국 눈치보기
'명동 상권 위기감'에도 면세점은 평년수준 성장지속
젊은 中 관광객들 "사드 문제와 여행은 별개"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스무명씩 깃발을 들고 오는 단체 관광객은 거의 대부분이 사라졌다고 봐야죠. 체감상 90%는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체가 2, 3명 단위로 쪼개져 개인관광객 형태로 입국하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업황은 비슷해요."
중국 인바운드 여행사를 통해 5년째 한국 여행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는 중국인 츠지엔지씨(43세, 남)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이슈에 따른 한국 면세점 쇼핑 수요 변화를 묻자 "크게 달라진 것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중국국가여유국의 직간접적인 통제로 20명 이상의 단체 여행객의 입국길이 막히는 일이 이따금 발생했지만, 사실상 5인 이하 단위로 쪼개어 입국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고 관련 유통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가장 우려가 컸던 면세점 업계는 현재까지 영향권에 진입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전년 대비 두자릿수 매출성장세를 보이며 중국인 맞이에 분주한 분위기다. 다만 수십명씩 깃발을 들고 몰려들어 매장을 꽉 채우거나, 한꺼번에 수백개씩 제품을 쓸어담던 과거 풍경은 사라졌다. 단체관광객(요우커)에서 개별관광객(싼커)으로 시장 중심이 완전히 옮겨가는 추세다.
지난 12일 찾은 명동 롯데면세점 본점(소공점)의 분위기도 츠지엔지씨의 설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최근 10층 루이뷔통 매장 건너편, 에스컬레이터 앞 명당 자리에 오픈한 인기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매장에는 100여명에 가까운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있었다. 다소 좁은 매장에 다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복도 너머까지 길게 줄을 늘어선 채 입장을 기다렸다.
중국인 관광객 위메이(23세, 여)씨는 사드 문제로 한중 관계가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이 여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들어본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사드가) 정확히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면서 "단순히 쇼핑하고 관광하러 온 것이기 때문에 정치 문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드에 대해 아예 모르는 젊은 관광객들도 있었다. 사드의 의미를 되묻는 동밍(24세, 남)씨에게 기자가 중국어 표기(薩德, 싸더)를 적어 휴대폰으로 보여줬지만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한국 드라마 시청을 제한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에서 그런일은 없었다. 인터넷 상에서 여전히 자주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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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에서도 타격은 감지되지 않는다. 롯데면세점의 전점 매출은 올해 1월 한 달 간 전년 대비 23% 늘었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인 화장품의 경우 같은 기간 소공점에서만 작년보다 30% 이상 더 팔렸다. 나머지 시계, 핸드백 등 잡화를 포함한 다양한 카테고리에서도 매출은 20%대 성장세를 기록했다. 평년 수준의 성장세다.
지난 10일 롯데백화점·롯데면세점 본점 앞에서 일부 시민들이 경북 성주 소재 롯데골프장을 사드 배치 부지로 제공하지 말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팻말은 중국어로도 번역됐다.
원본보기 아이콘일부 중국 지방정부(시안ㆍ西安 등)의 1일 1쇼핑 제한도 현장에는 도달하지 않은 상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우려는 존재하지만, 여전히 현장에 쇼핑 횟수제한 지침은 전혀 없었다"면서 "우르르 몰려다니는 관광객이 줄어들고, 중국인들의 옷차림새나 관광매너가 내국인과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관광객이 급감하고 있다고 보는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제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34.8% 증가한 806만명을 기록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지만, 절대 수치로만 봐도 일본행 중국인관광객(637만명) 보다 많다. 사드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했던 작년 10월과 11월 주춤했지만, 12월에는 곧바로 회복하며 평년 수준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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