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귀성객 맞이·교회 예배·JP 예방·시사프로그램 출연
남경필, AI 방역 점검·위안부 할머니 위로
아웃복서 유승민, 남경필과 '모병제' 충돌 회피,
향후 외나무 다리 싸움 불가피
바른정당 대선 경선 외생변수는 潘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바른정당의 대권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여느 때보다 치열한 설 연휴를 보내고 있다. 새누리당으로 상징되는 기존 보수 세력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여권 내 정권 교체를 추구하는 이들은 미묘한 밀고 당기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유 의원은 28일 친지와 함께 차례를 지내며 숨 가쁜 대권 행보에 잠시 쉼표를 찍었다. 전날 정치적 홈그라운드인 대구를 방문, 자신의 지역구(대구 동구을)에 자리한 동대구역에서 온종일 귀성객맞이를 한 뒤 찾아온 다디단 휴식이다.
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 26일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그는 여론조사에선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여권 선두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에게 지지율에서 크게 밀리는 것은 물론, 최근 여당의 지원을 받으며 여권 2위 후보로 급부상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도 큰 포인트 차이로 뒤져있다.
무엇보다 지지층 확보가 관건이다. 그가 앞세운 ‘용감한 개혁’과 ‘중부담·중복지’는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을 완화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보수 기득권층으로부터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새로운 지지층 확보를 위해 광범위한 행보가 요구되는 이유다.
또 30일에는 대선 캠프가 자리한 여의도의 한 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갖는다. 연휴임에도 대선 출마 선언 뒤 첫 간담회를 마련한 것은 그만큼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유 의원은 이날 오후 한 종편 시사프로그램의 녹화에 참여, 숨겨진 ‘입담’도 과시할 예정이다.
현재 유 의원의 캠프에는 전·현직 의원 20여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정당의 이혜훈·이학재·김영우·김세연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전날 동대구역 귀성객 인사에 함께한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 이준석 창당준비위원 등도 친유승민계 인사로 분류된다.
반면 남 지사는 전날 자신의 정치적 거점인 경기도에 머물며 집안 단속부터 했다. 조류독감(AI) 방역 실태를 점검하고, 직접 소독 호스를 들고 축산차량을 소독하기도 했다.
남 지사는 이어 29일 경기 광주시의 사회복지법인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세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선 주자로서 공식 일정도 시작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남 지사는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한일 위안부 합의를 두둔했던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남 지사는 자신의 측근 등과 앞으로의 대선 일정 등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두 사람은 전날 모병제를 놓고 한 차례 충돌했다. 남 지사가 “모병제는 청년에게 기회의 장이자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될 것”이라며 유 의원에게 '맞짱토론'을 제안했지만 유 의원은 “시기상조”라며 이를 일축했다.
이달 중순 대선 출마 선언 날짜를 25일로 정하는 것을 놓고도 두 사람은 신경전을 벌였다. 남 지사가 적극적으로 싸움을 유도하며 파고드는 반면 유 의원은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아웃복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외나무다리 싸움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판단이다.
두 사람의 행보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시기와 맞물려 가빠질 전망이다. '벚꽃 대선'이 현실화하면서 이들의 대선 시계도 빨리 돌아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바른정당은 설 연휴를 앞두고 대선 후보 경선 시기와 방법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론 반 전 총장의 합류를 배제한 채 경선 일정을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반 전 총장 합류 때까지 시기를 늦추자는 의견과 1차 당내 경선 뒤 밖에서 반 전 총장과 2차 경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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