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가계⑤]물가인상에 유통업체들은 '매출상승'
"막막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할 순 없다"…'하루살이 가계' 증가로 가격인상 도미노가 소비감소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5년차 직장인인 손모씨는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결혼을 포기했다. 현재의 수입으로는 집 장만은커녕 취업 준비를 하면서 빌렸던 대출금 갚기도 빠듯하기 때문에 가정을 이뤄 누군가를 부양해야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평생을 살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손씨는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이 많아졌다. 꼬박꼬박 저축을 해봤자 집 장만을 하기까지는 까마득하고, 내일도 모르는 먼 미래를 위해 현재 즐길 수 있는 순간을 포기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손씨처럼 미래를 위한 저축과 재테크를 포기하고 지금 버는 돈으로 지금 생활하는 '하루살이 가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는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는 최근의 물가인상 현상이 유통업체에게는 매출상승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현재 삶의 만족도를 우선으로 하는 소비행태 때문에 미래를 위해 지출을 줄이기보다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지갑을 열게 된다는 분석이다. 또한 최근의 물가인상은 특정 제품만 일부 오르는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에 가격이 좀더 저렴한 '대체제'를 구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는 결국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26일 케이프투자증권은 전체 소비물가를 상승시키는 물가인상은 단기적으로 유통업체의 매출액이 증가하고 펀더멘털이 개선되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재 제조업체가 가격을 올리면 유통업체의 판매가격과 판매량 중 판매가격이 올라가면서 매출이 증가하게 되며, 직매입매장의 경우엔 제조업체와 비슷하게 단기적으로 재고자산평가익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2015년 상반기 담배가격 인상으로 담배 판매비중이 35%를 차지하는 편의점 업체의 펀더멘털이 크게 개선됐던 게 대표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김태현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단 유통업체의 펀더멘털 개선이 이렇게 크게 나타나려면 가격을 인상한 상품에 값싼 다른 대체재가 없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판매비중이 충분이 커야한다"며 "몇 가지 품목의 가격인상 정도로는 유통업체 펀더멘털 개선이 이뤄지기 쉽지 않지만, 특정 한 품목의 가격이 아닌 전반적인 소비물가가 소비침체를 수반하지 않으면서 상승할 경우 담배가격 인상 사례처럼 판매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출 증가와 수익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인상이 반드시 수요감소를 수반하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특정 상품의 가격이 인상돼 구매가 부담스러워지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싼 대체재를 찾아 소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서도 특정 상품이 아니라 모든 상품의 가격이 다 오른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 메고, 기존 가계지출을 넘어서지 않도록 소비를 전반적으로 더 줄이려 노력하지만 비용압박 인플레이션 하에서는 모든 상품의 가격이 다 오르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시기에 이벤트로 한두 품목의 가격이 오를 때와는 다르게 값싼 대체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절약을 위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전체 소비지출은 결국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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