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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묘족 마을에서/우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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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황성 이른 아침
 묘족(苗族) 나 어린 기집아이가 객잔 앞에서
 국수를 먹는다
 조그마한 왼손이 국수 그릇을 받치고 있다
 그릇에 입을 대고 국수를 떠 넣을 때
 왼손에 가늘고 파아란 힘줄이 돋아났다
 밥그릇을 쥔 저 어린 손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를 만든다

 ----------
 저 어린아이는 자라나 정녕 아름다울 것이다. 지금 "객잔 앞에서" 국수를 먹고 있는 저 묘족의 계집아이는 해를 더하고 달을 보태 언젠가는 곱디고운 처녀가 될 것이다. 얼굴이야 짐작할 수는 없지만 마음만은 꼭 그럴 것이다. "조그마한" 손으로 "국수 그릇을 받치고 있"는 저 아이, "밥그릇을 쥔 저 어린 손"은 허기와 간난을 알기에 장차 한 아이의 어미가 되고 또한 세상의 어미가 되어 허투루 아이를 키우지 않고 배고픈 자를 무심히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따끈한 국수 한 그릇이 자신에게 그랬듯 누군가의 하루를 덥혀 주고 기운이 되고 희망이 된다는 사실을, 보잘것없으나 그 명백한 진실을 "파아란 힘줄"에다 새기고 있는 저 아이는 반드시 "세상에서 가장" 갸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새삼 뼈저리게 느낀다. 우리가 절하는 마음으로 맞이했어야 할 사람은 정말이지 저 아이였지 않은가.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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