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정현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뇌물공여 및 위증 혐의 피의자로 12일 소환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횡령·배임 혐의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하고 있다.
특검의 이같은 방침은 박근혜(직무정지) 대통령을 등에 업은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와 딸 정유라 씨에게 삼성이 거액을 지원하는 데 이 부회장의 역할이 있었던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핵심 사안이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 대가로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씨 측에 특혜 지원을 결정,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 수사는 양재식 특검보의 지휘하에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기업 수사통'인 한동훈 부장검사와 부산지검 특수부 소속의 김영철 검사가 이 부회장을 직접 신문하고 있다.
한 부장검사는 SK그룹 분식회계 사건,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사건 등 대형 기업수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 검사는 해운대 엘시티(LCT) 금품 비리를 수사하던 중 검찰 특별수사본부 단계에서부터 파견돼 이번 특검 수사에 참여했다.
삼성은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이 독대한 직후 고위 임원회의를 소집해 승마협회 지원을 결정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같은해 8월 최 씨의 독일 개인회사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 전신)와 220억원대 승마훈련 컨설팅 계약을 맺고 9~10월 모두 78억여원을 최 씨 회사에 직접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삼성이 최 씨의 조카 장시호(구속기소)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 상당을 특혜 지원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박근혜·최순실 재단'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200억여원을 출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28분께 특검에 출석했다. 그는 '최순실씨 측에 대한 지원을 지시했느냐'는 등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들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만 답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이 특검에 불려온 건 2008년 2월 경영권 편법승계 등에 대한 이른바 '삼성특검' 이후 약 9년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심야 혹은 내일 새벽까지 강도높은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 과정에서 특검이 이 부회장을 긴급체포하고 곧장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편 이날 이 부회장은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 17층과 19층에 있는 영상녹화조사실 중 한 곳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가 영상녹화조사실에서 진행되는 만큼 양측이 주고받는 말은 모두 녹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특검보는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 절차와 관련해 "다른 피의자와 똑같이 진행됐고 출석해서 곧바로 조사가 시작된 거로 안다"고 말했다. 조사 시작 전 박 특검과의 면담은 별도로 없었다고 이 특검보는 밝혔다. 이 부회장은 점심에 6000원 상당의 도시락, 저녁에 짜장면을 먹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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