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결제성 여신제도 금융 관리감독 '허점'…'표본조사 9% 실제 상거래 여부 의심'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외상매출채권 등을 이용한 대출사기사건 위험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감독 당국이 손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21일 공개한 '기업금융시스템 운영 및 감독실태'에 따르면 외상매출채권 등 결제성 기업 여신 제도 관리감독상의 허점이 확인됐다. 감사원이 올해 3월 한 달간 5개 은행이 취급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 결제성 기업여신(건별 3억원 이상) 3조4905억여원을 표본조사 한 결과 실제 상거래를 수반됐는지 의심이 되는 대출이 전체 대출의 9%(3168억여원)로 조사됐다.
외상매출채권 등 결제성 기업 여신 제도는 어음거래의 대체 수단으로 만든 제도다. 이 제도는 물품 구매기업이 거래은행을 통해 납품기업에 외상매출채권을 발행하면 납품기업은 이를 은행에 담보로 대출금을 받아 현금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제도는 결제성 여신을 취급할 때 근거 자료로 세금계산서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이 세금계산서는 실물을 확인하는 방식이 아닌 기업이 인터넷뱅킹을 이용해 전산으로 입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일부 기업들이 실제 상거래가 없는 상태에서 임의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거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후 취소하는 방식으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으로서는 이처럼 '실제 상거래의 존재가 의심되는 대출'에 대해 직접 검사하거나 은행으로 하여금 점검하도록 지도, 감독하지 않았다. 앞서 감사원은 2011년 '어음대체결제수단 이용대출 등 운영실태' 감사 등을 통해 금융당국에 철저한 지도·감독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금계산서를 중복 사용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만든 은행 간 B2B(기업 대 기업) 상거래자료 조회시스템의 경우에도 문제가 확인됐다. 일부 은행의 경우 인터넷 대출 정보 등을 연동하지 않거나 은행별 연동 시점이 달라 은행의 대출심사 시 개별 기업이 세금계산서를 중복으로 사용하였는지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이 이번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표본 조사대상 결제성 여신 5354건 가운데 163건에서 세금계산서 100건이 중복 사용되어, 858억여원의 초과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은행 A지점 B팀장은 13개 기업에 대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등을 취급하면서 10개 기업이 실질 경영자가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본점으로부터 일부 거래가 자금융통의심 거래라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355억여원을 특혜성으로 대출해 줘, 208억여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감사원은 추정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B팀장에 대해 면직을, A지점 지점장 2인에 대해서도 철저히 관리·감독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직을 요구키로 했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금융거래약관 때문에 중소판매기업이 금융부담을 지게 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매출채권담보대출 등의 경우 판매기업(주로 중소기업)으로부터 이자 전액을 선취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어음대체결제 방식 등으로 물품 등의 대금을 지급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물품 등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만기일을 정하고, 이를 넘어서면 이자에 대해서는 구매기업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매출채권담보대출의 경우에도 60일 초과분에 대해서는 구매기업(주로 대기업)이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구매기업을 상대로 별도의 이자를 요구하기 어려운 판매기업의 사정을 감안하면 60일 초과 이자분은 대부분 판매기업에 전가된다. 감사원은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7개 은행의 60일 초과분 선취 이자가 5194억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중소기업이 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금융감독원이 구매기업의 대금결제 지연에 따른 이자를 판매기업이 부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거래약관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총 34건의 감사를 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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