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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 독일은 왜 2017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부정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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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월드컵 우승팀 톱시드 규정 폐지 및 참가국 재정지원 문제 등에 불만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월드컵 우승국 및 6개 대륙별 챔피언, 그리고 차기 월드컵 개최국까지 총 8개국이 참가하는 ‘미니 월드컵’ 이다. 월드컵 개최 1년 전에 열리는 공식 대회인 만큼 참가국에는 최종적으로 경기력을 점검할 수 있는 기회이고, 참가하지 않는 팀에는 우승 후보들의 실력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우리나라도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의 자격으로 2001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 프랑스에 0-5로 완패했지만 훗날 돌이켜볼 때 이 경기는 우리 축구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하기까지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였다.

FIFA는 지난 27일(한국시간) 2017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 조 추점 결과를 발표했다. A조에 러시아(월드컵 개최국), 뉴질랜드(오세아니아), 포르투갈(유럽), 멕시코(북중미)가 편성되었다. B조에서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우승국, 칠레(남미), 호주(아시아), 독일(월드컵 우승)이 경쟁한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 우승팀 독일과 남미 챔피언 칠레, 유로 2016 우승팀 포르투갈 등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열리는 빅카드로서 흥미진진한 대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아시아 대표 자격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호주와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가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어느 정도 대등한 경기를 할지 관심거리다.
독일의 요아힘 뢰브 감독은 2017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2군 중심으로 팀을 꾸려 참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FIFA와 러시아 조직위를 바짝 긴장시켰다. [사진=Sport Bild 홈페이지]

독일의 요아힘 뢰브 감독은 2017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에 2군 중심으로 팀을 꾸려 참가하겠다고 밝힘으로써 FIFA와 러시아 조직위를 바짝 긴장시켰다. [사진=Sport Bild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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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7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은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2014 브라질월드컵 우승팀이자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독일이 있다. 독일대표팀의 요아힘 뢰브 감독은 컨페더레이션스컵을 기존 스타선수들을 제외한 유망주들로 준비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올리버 비어호프 독일대표팀 단장 또한 “해당 대회 참가는 모든 팀들에 재정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며 지원에 인색한 FIFA를 비난했다. 유럽을 넘어 세계 축구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일의 부정적인 태도로 인하여 ‘미니 월드컵’ 또는 ‘프리 월드컵’으로 불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이 반쪽 대회로 전락할 위기를 맞았다는 시각도 있다. 독일은 왜 2017 러시아 컨페더레이션스컵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것일까. 몇 가지 불만이 잠복했는데,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월드컵 우승팀 톱시드 배정 규정 폐지.
지금까지 월드컵 우승팀들은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개최국들과 더불어 각 그룹(A, B)의 톱시드를 배정받아왔다. 독일도 이번 대회에서 B조 톱시드를 받아 개최국 러시아를 비롯한 강팀들을 조별경기에서 피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FIFA는 사전 예고 없이 조 추첨 이틀을 앞두고 월드컵 우승국 톱시드 배정 규정을 폐지했고 대신 독일을 유로 2016 우승팀 포르투갈, 2016 남미축구선수권대회 우승팀 칠레와 함께 묶어버렸다. 이 결정이 있은 후, 독일 언론은 일제히 FIFA의 갑작스런 규정 변경을 비판했다. 조 추첨 결과 독일은 러시아와 포르투갈을 피했고 독일 현지에서는 비교적 수월한 그룹에 속했다는 평도 많다. 그러나 독일은 추첨 결과와 관계없이 월드컵 우승팀 톱시드 배정 제도를 폐지한 FIFA의 독단적인 결정에 대한 불만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각국 리그와 선수들을 배려하지 않는 FIFA의 대회 일정.
독일대표팀의 뢰브 감독과 비어호프 단장은 독일 매체 슈포트 빌트(Sport Bild)와의 인터뷰에서 독일 대표 팀의 많은 선수들이 무리한 리그 및 대회 일정을 통해 혹사당하고 있으며 이들을 FIFA가 주최하는 모든 국제대회에 데려갈 수 없다고 했다. 특히, 겨울 휴식기가 없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메수트 외질, 시코드란 무스타피(이상 아스날), 일카이 귄도간(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리그 및 유럽클럽대항전을 병행하는 토니 크루스(레알 마드리드), 사미 케디라(유벤투스) 및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에게도 여름 휴식을 부여할 방침이다. 그러므로 독일대표팀은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사실상 2군 팀을 꾸려 대회에 참가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 축구계에서 영향력이 강한 바이에른 뮌헨의 칼-하인츠 루메니게 회장도 “컨페이더레이션스컵은 가치가 없는 대회 중 하나”라고 비판하며 뢰브 감독의 생각에 동의하고 협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셋째, 모든 참가국들에 재정적으로 마이너스인 대회.
비어호프 단장은 조 추첨이 끝난 뒤, 독일의 통신사 도이췌프레세아겐투어(DPA)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대회가 끝나면 모든 참가국들은 재정적으로 손해를 입게 될 것”이라며 지원에 인색한 FIFA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참가국들이 숙박비와 같은 대회참가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승상금 410만 달러를 받는다고 해도 결국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FIFA가 한 팀을 40명으로 계산해 지원하기로 한 숙박 및 여행경비는 현실적으로 볼 때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다. 왜냐하면 독일대표팀의 경우 매 대회 평균 60여 명으로 구성된 선수단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비어호프 단장은 “컨페더레이션스컵과 관련한 비용 부담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각국을 대표해서 말하는 것으로 FIFA가 해결 방안을 최대한 빨리 찾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FIFA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FIFA 입장에서도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의 흥행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독일대표팀의 2군 파견 방침이 발표된 다음 FIFA와 개최국 러시아는 매우 긴장하고 있다. 뢰브 감독은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군 팀 출전과 관련해서 FIFA와 러시아의 고위관계자들이 나와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조 추첨을 앞두고 “독일대표팀이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잘못 됐다”면서 독일은 최고의 경기력으로 대회에 참가할 것이라고 두둔했다. 비탈리 무트코 러시아 스포츠·관광부문 부총리도 “독일이 최정예 선수들로 팀을 꾸려 대회에 참가하기를 바란다”며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했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또한 이 문제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보도가 뒤따르고 있다.

만약 독일이 주요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고 2군 팀으로 대회에 참가한다면 다른 참가국들 또한 이 움직임에 동참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는 유럽의 명문 구단 및 선수들은 이미 무리한 FIFA의 국제대회 일정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포르투갈의 페르난두 산투스 감독은 이번 대회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포함한 주전급 선수들을 빠짐없이 출전시키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아울러, 비어호프 단장이 언급한 FIFA의 불충분한 예산지원과 관련해서 독일 통신사 DPA는 현재 FIFA가 참가국들을 추가 지원할 여력이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부패 스캔들 등의 이유로 14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FIFA가 참가국을 만족시킬 만큼 충분한 지원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루메니게 바이에른 뮌헨 회장은 지난 8월 인터뷰를 통해 “컨페더레이션스컵은 FIFA가 주최하는 가치 없는 대회 중 하나로 이번 러시아 대회를 마지막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서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조 추첨이 진행된 지난 26일 “루메니게 회장은 나의 좋은 친구다. 모든 사람에게 생각은 자유지만 컨페더레이션스컵의 존폐 여부와 관련해서 결정된 사항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대회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모호한 답변을 남겼다. 실제로 카타르에서 열리게 될 2021 컨페더레이션스컵은 개최시기와 관련해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카타르의 살인적인 기온 때문에 대회를 여름에 개최할 수는 없고 11월은 각 리그 및 유럽대항전 일정 등과 겹쳐 불가능한 상태다. FIFA는 대안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컨페더레이션스컵을 개최하는 방안을 놓고 여러 각도로 타진 중이지만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과연 FIFA는 짧은 시간 안에 독일을 비롯한 참가국들이 만족할만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독일은 FIFA와 러시아의 당부를 귀담아듣고 스타 선수들로 구성된 최강의 대표 팀을 대회에 파견할지, 컨페더레이션스컵은 명맥을 유지해 카타르에서 열릴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렸다. 이번 대회는 우리 대표 팀이 출전하지는 않지만 축구는 물론 경기 외적으로도 ‘꿀잼’ 요소가 많기에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도 작지 않다. 후속 보도가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강한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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