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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나이 75세' 할배원정대의 2만4000㎞ 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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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KBL 총재와 그의 동료들
8년간 다섯 차례 미국·호주·알프스 등
가이드·짐꾼도 없는 좌충우돌 여행기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김영기 단장(80)을 중심으로 한 여섯 '할배 원정대'가 한데 뭉쳐 여행을 떠났다. 평균연령 75세 '꼰대'들이 길 따라 멋대로 떠난 구만리 여정은 과연 순탄했을까?

'할배들의 무한질주'는 평소 여행과 독서광으로 유명한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L) 총재가 기획했다. 김 총재는 KBL과 신용보증기금 시절 함께했던 백남철(75), 정영환(74), 이병천(71), 김선욱(71), 예월수(71) 등 동료들과 함께 자동차와 기차를 타고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겪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김 총재는 1956년 멜버른올림픽에 농구국가대표로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평생을 한국 농구에 헌신했다. 선수로서는 미국의 직업리그에서 탐낼 정도로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지도자로서는 1969년 제5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와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에서 한국농구를 아시아 정상으로 이끌었다.

현장을 떠난 뒤에는 행정가와 금융인으로 활동했다. 1989년 대한농구협회 행정을 맡아 농구계에 복귀한 그는 1996년 프로농구가 출범하자 KBL의 전무이사로서 뛰어난 기획력과 추진력을 발휘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제3대 KBL 총재를 지냈고, 2014년 KBL이 침체기를 겪을 때 제 8대 총재로 돌아와 위기를 틀어막았다.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의리가 있으며 후배들을 세심하게 보살핀다. 그래서 주변에 사람이 많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지인들과 유쾌한 만남을 유지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10여년 전 마포의 어느 설렁탕 집에서 나눈 이런저런 여행이야기가 작은 불씨가 되었다.
어느새 지공(地空ㆍ지하철 공짜)의 나이라는 말에 적잖이 충격을 받은 김 총재는 동료들과 '원정대'를 꾸렸다. 이름하여 '할배원정단(Silver Exploration Team).' '할배들의 열정, 끝 모르는 도전'이라는 모토까지 내세우며 그럴듯하게 구색을 갖추었다.

'할배'들의 소소한 계획은 이후 캐나디안 로키, 미국 서부 그랜드캐년, 호주 오션코스트, 하와이, 알프스를 망라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바뀐다. 8년간 다섯 차례에 걸친 60일(주행거리 2만4400㎞)간의 대장정으로 이어진다.

할배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패키지여행을 거부한다.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젊고 든든한 '가이드'나 '짐꾼'따위는 더더욱 거부한다. 모든 것을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하고 개척해 나갔다. 코스와 일정을 정하고 세세한 계획(항공기, 호텔, 렌터카)을 차근차근 점검하며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영기 총재

김영기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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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공이 많으니 배가 어찌 앞으로만 나가겠는가. 노인들로만 구성된 자유여행이자 단체여행이라 무사히 돌아오려면 규칙이 필요했다. 이에 세 가지 규칙을 정했다. 저비쾌유(低費快遊ㆍ비용은 싸게 그러나 재미있게), 이타준칙(利他準則ㆍ상대방을 배려하고 규칙을 지키는), 유락산호(裕樂山湖ㆍ여유롭게 자연을 즐기는). 여기에 네 가지 행동요령을 더했으니 곧 기상ㆍ취침시간 엄수, 아침과 점심은 각자 해결, 운전교대(1시간 30분마다)와 의사결정(다수결과 복불복)은 공정하게 하기로 했다.

멤버들의 담당 역할도 세분화했다. 김 총재가 단장을 맡고, 기획과 숙박, 음식, 교통, 사진, 안전 분야로 나눠 준비 뿐 아니라 여행 중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도 신속하게 대처하기로 한다. 사전 운전 실습까지 하는 치밀함도 보인다.

초대형 로드무비를 한 편 찍은 할배들은 야심차게 기차여행도 계획한다. 익숙함을 거부하고 또 한 번 커다란 도전에 나섰다. 가장 최근인 2016년 5월17~29일에는 유레일 배낭여행에 도전한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남부까지 숨은 명소를 찾아다닌다. 사건사고는 언제나 도사린다. 프런트 없는 호텔가기 미션부터, 오스트리아 빈 중앙역에서 여섯 명이 짐을 잃어버렸다가 3일 만에 되찾은 사연까지 할배들의 우여곡절, 좌충우돌 여행기가 친숙하고 흥미롭다.

인생 황혼기에 대담한 도전에 나선 할배들. 시작은 우연 또는 호기였지만 여행을 통해 또 한 번 인생을 배운다. 원정대는 책으로 쓴 여행 경험이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실버세대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기를 희망한다. 김 총재는 "늙음은 상실이 아니다. 세월은 무게가 아닌 도전으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풍부한 해외 경험과 리더십으로 단원들과 최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그는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속 주인공 산티아고처럼 여전히 사자 꿈을 꾼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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