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經 악의 고리 이젠 끊자]5년마다 반복되는 준조세성 보험료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대한민국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는 역대 정권마다 반복돼온 정권과 경제주체 간 '악(惡)의 고리'를 뿌리 뽑아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다시 한 번 역설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은 정권의 서슬퍼런 권력에 진흙탕으로 빠져들었고 부패 권력에 발목이 잡혀 세계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당초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을 둘러싼 의혹은 정권과 기업 간 이면거래라는 정경유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검찰이 20일 발표한 중간 수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은 '피해자'였다. 이번 사건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고 사실상 청와대를 민원창구처럼 사용하고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이 기업을 협박해 뜯어낸 정권의 갈취ㆍ수탈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김영삼정부까지는 대부분 은밀한 불법적인 정치자금이 주였다면 김대중정부 이후부터는 공개적이고 합법적으로 추진돼 왔다는 것이다. 노무현ㆍ이명박정부로 이어져온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과 동반성장,이명박정부의 미소금융,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청년희망펀드 등은 모두 민간의 재원으로 국정과제를 해결하려는 정권의 손쉬운 해결책이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의 권력집단이 여전히 구태와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통령이 민간기업 총수를 따로 불러 정부 또는 실세의 민원해결에 나서고 민간기업의 인사는 물론이고 사업에도 직접 개입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이 기업에 미칠 수 있는 막대한 권한과 전방위적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노(No)"라고 외치고 문제를 제기했다면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들에 마냥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재벌은 경제개발 과정에서 선봉에 섰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라는 태생적 한계를 벗지 못하고 있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시각 역시 경제성장 기여, 고용창출, 기술개발, 해외시장 개척 및 수출시장 확대 등 긍정적 요인보다는 정경유착, 부의 편중, 사회적책임 미흡 등 부정적 시각이 더 많이 존재한다.
최순실 게이트로 대한민국의 국정은 올 스톱됐고 경제주체의 심리는 얼어붙었다.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리더십은 이미 실종됐다. 만성적인 한국병, 신(新)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없애기 위해서는 50여년 이상 이어져온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간의 악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7위를 기록한 정도로 공공부문 투명도가 낮은 상황이다. OECD 가입국 중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헝가리ㆍ터키ㆍ멕시코 등 6개국이었다. 현대경제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이 부정부패 수준을 OECD 수준으로 향상시킨다면 국내총생산(GDP)을 0.65%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결국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부정부패 방지노력을 통해 경제성장 토대 마련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유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에 집중된 권한을 조정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기업들이 정부의 요구를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기업 쪽에서도 지배구조 개선과 의사결정 투명화 등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또한 기업들은 정권의 강제모금에는 협조하지 않겠다는 자정결의 선언을 하고 정치권도 여기에 동참해야 한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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