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충무로에서]시스템의 중요성

최종수정 2020.02.11 13:58 기사입력 2016.11.16 10:30

댓글쓰기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 교수

도날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사실상 오랜 국정 경험과 흑인 대통령에 이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이점을 가진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넘은 것이다. 개표 당일만 해도 박빙이지만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클린턴 후보의 당선을 장담했고, 프린스턴 대학의 한 저명 통계학자는 99.9%의 당선 확률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을 뒤집으며 트럼프 후보가 넉넉한 표 차이로 당선됐다.

트럼프는 선거 초반부터 전혀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였다.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가 트럼프의 과거 여성비하 전력을 비난하자 매우 선정적인 막말을 퍼부었고,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을 마약사범에 성폭행자라고 몰아세웠고, 전 공화당 대선 후보이며 월남전 포로로 고난을 겪은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그는 전쟁영웅이 아니라 베트콩에게 붙잡혔을 뿐이라고 비하했으며, 팔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뉴욕타임스 기자가 트럼프의 무슬림 관련 주장을 반박하는 기사를 쓴 것에 대해 해당 기자의 장애를 흉내 내는 등 상식 이하의 언행을 일삼았다. 젊은 시절부터 돈, 여성 편력, 사치와 관련된 뉴스로 사람들에게 부정적 이미지의 대명사인 인물이다. 현재에도 미국 곳곳에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사람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전 세계가 우려의 눈빛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개인 인품이나 성향도 문제이지만 이것이 미국의 정책으로 구현될 때 아주 위험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또 다른 막무가내 정치인인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의 최근 외교 행보 등 일련의 사건을 보면 바야흐로 전 세계가 자국 우선주의로 선회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역사적으로 확장정책과 고립정책을 반복해 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인 미국이 고립정책을 펴는 경우 모든 국가가 이에 대응하며 전 세계는 예측불허의 정치 경제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이상한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할지라도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이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매우 잘 한 점 중의 하나는 유럽에서의 폭정과 억압을 미국 대륙에서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권력 분할의 기초를 놓았다는 것이다. 특히 제4대 대통령이면서 미국헌법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메디슨은 삼권분립의 원칙을 확고히 세운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이 대통령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강한 국가이기는 하나 지금까지 이런 시스템으로 운영돼 왔다. 아무리 행정부가 정책을 밀고 나가려 해도 주요 정책은 의회의 승인을 얻어야 하고, 정책 수행의 결과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사법부가 이를 제재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이 겪고 있는 '최순실 사건'도 권력 분할 사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이다. 국회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에 초점을 맞춰 국회와의 소통과 협치를 하지 못한 대통령이 자기 뜻에 맞는 사람들하고만 의견을 나누며 정책을 집행한 결과이다. 더구나 공직자가 아닌 대통령의 과거 인연들에 의해 국가가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제 국제적 주요 국가이다. 가난해서 개발에 바쁜 시절의 사고방식을 청산하고 국제 위상에 걸맞은 사고와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모든 조직의 운영에서 권한 분할에 의한 시스템적 사고가 몸에 배어야 한국이 한 단계 더 상승할 수 있다.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희한한 미국 대통령 당선자도 미국의 시스템에 의해 적절히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직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