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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최순실 그림자' 스며든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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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진·편찬기준 미공개 '깜깜이'
교육정책 핵심 김상률 전 교문수석
최순실 측근 차은택 외삼촌으로 밝혀져
崔, 국정교과서에까지 입김 의혹 확산
김병준 총리내정자도 국정화 반대
교육부, 이달 28일 공개 강행 방침


[이슈추적]'최순실 그림자' 스며든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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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박근혜 정부의 최대 역점 과제로 추진돼 왔던 국정 역사교과서의 운명이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교육부가 집필진도, 편찬기준도 발표하지 않은 채 신속히 집필 작업을 진행해 마무리 단계까지 왔지만 공개 한달여를 앞두고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되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의도와 본질이 의심받고 있다.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마저 국정교과서 추진에 반대해 온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혀 국정교과서는 정부의 실행 의지도, 추진동력도 모두 상실한 상태다. 과연 국정 역사교과서는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까?
◆검ㆍ인정에서 국정화로 회귀…역사교과서를 둘러싼 논쟁=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직접적으로 교과서 제작에 관여해 그 내용 등을 결정한다. 검정교과서의 경우 국가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민간 출판사가 교과서를 개발해 국가기관의 검정 심사를 통과하면 되고, 인정교과서는 민간에서 개발한 도서를 교육부장관과 각 시ㆍ도교육감의 승인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국어, 수학, 도덕, 사회, 과학 등 통합 교과목의 교과서는 국정교과서이다. 중ㆍ고교에서는 국어, 사회, 역사, 도덕 과목이 검정교과서를, 나머지 과목은 인정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는 광복 이후 검ㆍ인정 제도를 지속해오다 박정희정부 시절인 1974년 국정제를 도입, 1종의 국정교과서로 통일됐다. 그러나 학계와 교육계, 법조계, 시민단체가 획일적이고 편향된 역사 인식에 반대하며 민간 자율로 출판할 것을 계속 요구해 왔고, 이에 따라 2003년 한국근현대사, 2010년 중학교 역사, 2011년 국사와 한국근현대사를 통합한 고교한국사 교과서가 차례로 검ㆍ인정 체제로 전환됐다. 현재 중학교에서는 10종, 고등학교는 8종의 검정 역사교과서가 사용되고 있다.

최근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2013년부터 불거졌다. 교학사에서 발행한 국사 교과서에 포함된 일제 식민통치와 친일 행각, 이승만 전 대통령을 미화하는 부분 등을 놓고 '우편향' 논란이 일었고, 오류가 많아 교과서로 부적합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2014년 1월 당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다양한 시각을 가진 교과서의 존재를 인정하기 위한 교과서 검정제도가 오히려 국민적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불필요한 논란을 확대 생산한다면 국정교과서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말하며 국정화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교육부 또한 새누리당과의 당정협의회에서 그해 6월 말까지 한국사 교과서 발행 체제에 대한 개편안을 내놓기로 협의했으나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이후 다시 발표하기로 한 10월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무산됐다.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던 국정교과서 문제는 지난해 재점화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7월 미국 방문 중 교민과 대화에서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운을 띄웠고,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8월 "교실에서부터 역사에 의해 국민이 분열되지 않도록 (역사를) 하나로 가르쳐야 한다. 필요하면 (교과서) 국정화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국정교과서 추진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이에 전국 1669개 중ㆍ고교의 역사 교사와 초등학교 교사 등 2255명이 선언문을 내고 "정부가 공인한 하나의 역사 해석을 학생들에게 주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국정교과서는 역사 교육의 본질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학에서 국사와 동양사, 서양사, 역사교육, 고고미술사 등을 가르치는 교수들의 반대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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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집필' 비난에도 강행한 정부, 잇따른 복병에 '무산' 위기= 각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1월3일 교육부는 끝내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ㆍ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ㆍ검ㆍ인정 구분안'을 확정 고시했다. 당장 2017년부터 중ㆍ고교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교육부는 올해 1월 이미 교과서 집필이 시작됐다고 밝혔지만 집필진 46명의 명단도, 편찬기준도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과서 국정화 홍보와 교과서 개발 등에 사용한 예산이 지난해에만 44억원에 달하지만 이 역시 비공개로 진행중이다.

그러다 최근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현 정권의 주요 정책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줄줄이 터져나왔고, 국정교과서 추진에도 그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정교과서를 추진했던 청와대 핵심 참모인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이 최씨의 최측근 차은택씨의 외삼촌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로 내정하면서 상황은 더욱 긴박하게 돌아가게 됐다. 김 내정자가 줄곧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인사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여전히 당초 계획대로 이달 28일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 검토본을 웹사이트에 게재하고 교과서 집필진도 이 때 함께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이 시점부터 정부와 학계,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역사 왜곡ㆍ축소와 관련된 논쟁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공개된 교과서는 4주간의 의견수렴을 거친 뒤 내년 2월 인쇄를 시작해 3월 신학기부터 전국 학교에서 사용할 예정이지만, 교과서 공개에서부터 발행까지 시간이 촉박해 의견수렴 과정은 요식행위일 뿐 현실적으로 큰 부분에서 수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일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이 철회될 경우 학생들은 당분간 지금처럼 기존 검정교과서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국정교과서를 전면 백지화하고 다시 검정체제로 돌아가 새로운 교과서를 발간하기까지는 또다시 여러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하고, 실패한 정책에 대해 누가, 어떤 식으로 책임질 것인지도 논란으로 남게 된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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