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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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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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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 매년 42만명 감소, 2021년부터 전체 인구 감소세로 반전, 노인 부양부담 증가로 대폭적 재정적자 초래, 향후 15~20년간 출산율 제고 시급" . 지난 2005년 10월 작성된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대표부의 저출산대책 보고서의 일부이다. 보고서는 정책대안으로 출산과 육아를 사회 전체가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제도화하고, 출산·육아·교육·주택·고용·가족 정책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며, 재정에서도 최대한 지원하되 재정소요가 크지 않은 수단부터 적극 활용할 것을 건의하고 있다. 필자가 신임대사로 부임해 이 보고서를 접한 것은 2013년으로, 보고서가 중요하다고 제시한 '향후 15~20년'의 절반 가까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저출산·고령화 관련지표는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우려할 만한 수준이었다. '우리가 과연 저출산 늪에서 헤어날 수 있겠는가' 하는 좌절감을 느꼈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최근 젊은 일본 사회학자의 저술로 국내에도 소개됐다. 일본과 한국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고 고령화가 가장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국가에 속한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1인의 평생 출산 자녀 숫자를 의미하는데, 최소 2.1이 돼야 인구의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고 본다. 한일 양국의 출산율은 1.1~1.2를 맴돈 지 오래다. 저자는 5세 이하 어린이의 보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의무교육으로 하고, 소규모 보육 시설을 포함한 공공 보육 시설을 확대할 것을 주장하면서 프랑스의 성공적 출산율 제고 정책을 주목한다.1980년대 미테랑 정부에서 프랑스의 국가와 사회가 아이 있는 가족을 전력을 다해 응원하면서 오늘날 출산율 2.0을 웃도는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한다. 대표적 정책 사례로 육아 근로자의 유연근무 보장, 양질의 보육원과 탁아소 공급, 3세부터 무료 보육학교 제공, 대학교육까지도 원칙적 무상 제공 등을 꼽고 있다.
프랑스에 사는 동안 내가 만난 일하는 엄마들이 들려준 일·가정 양립의 원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이 낳고 기르는 일이 직장생활을 그만 둬야 할 정도로 방해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째, 눈치 보지 않고 출산휴가를 갈 수 있고, 둘째, 아기가 서너 달 자랐을 때 사는 곳 인근의 보육원에 쉽게 맡길 수 있으며, 조금 기다리면 조건이 나은 공립보육원(크레슈·creche)에 자리를 얻을 수 있다. 셋째, 아이가 아직 어릴 동안은 주당 3~4일 근무조건으로 복직해 어느 정도 자라면 원하는 시기에 전일제 직원으로 복귀할 수 있다. 프랑스의 이런 여건은 노동법을 비롯, 제도로 충분히 보장되고, 직장에서도 존중하는 풍토가 돼 있다. OECD회원국 가운데 연간 근로시간이 가장 많은 우리 현실에 비춰 이 정도 조건을 보장하기 위해 직장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결코 작지 않겠지만 우리 사회가 반드시 유념할 일이다.

자의반 타의반 혼자살기에 길들여지는 젊은이가 늘고,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한 명이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세계 최저 출산국으로서 멀지 않아 국가의 존망을 염려해야 하는 나라에 산다는 것은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니다. 아이 낳고 기르는 일이 더 이상 한 집안의 자손을 기르는 일이 아니라 미래사회를 지탱할 공공의 자원을 길러내는 일이므로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확신을 국민들이 가질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보완하고 정착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저출산에 대처하는 범정부 종합대책이나 정치인들의 공약도 철저히 이러한 기본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상조규정에 결혼과 장례만 상정하고 있는 직장이 있다면 이제는 ‘출산’을 최우선으로 삼도록 보완할 것을 권하며, 청탁금지법도 출산장려를 위해서는 최대한 유연하게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이시형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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