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미국은 성인 70%가 과체중에 시달리고 2900만 명이 당뇨병을 앓는 '비만 대국'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의 음료회사 펩시코가 발표한 지속가능 계획은 더이상 비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회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결연함을 담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음료 제품에 포함된 당분을 줄이는 것이다. 2025 년까지 펩시 제품 중 최소 3 분의 2에서 350ml 캔 1개당 첨가당에 의한 열량을 100kcal 이하로 하는 게 목표다. 저칼로리 음료 생산을 늘리고 주력제품으로 삼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백년동안 소비자들의 '설탕 중독'을 좌시하던 업체들이 '건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건 분명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자체적 반성보다 정부의 간섭을 줄여보겠다는 꼼수가 존재한다.
펩시코의 지속가능성 계획은 일정 부분 미국 정부의 지침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정부는 하루 칼로리 섭취량 중 첨가당에 의한 것이 10 % 이하여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2000~2500kcal라 할 때 그 10%(200~250kcal)면 펩시콜라 1캔만 마셔도 첨가당으로 인한 칼로리를 거의 채우는 셈이다.
세계 보건기구(WHO)도 올해 세계 각국에 탄산음료에 세금을 물릴 것을 촉구하는 등 음료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WHO는 "세금 도입으로 인간의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음료 회사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각국 정부에 '탄산음료세' 도입을 막기 위해 전방위적인 로비를 하는 동시에 첨가당을 줄이는 등 자체적인 제품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8~10년 뒤에는 (저칼로리 콜라가 아닌) 일반 콜라의 맛이 확 변할 지도 모른다는 이유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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