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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편견 깬 대중가요, 바람만이 알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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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포크록 대부' 밥 딜런, 가수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노벨문학상 밥 딜런 / 사진=소니뮤직 제공

노벨문학상 밥 딜런 / 사진=소니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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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밥 딜런(75·사진)은 1997년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그의 언어와 음악은 시와 음악 간의 관계가 회복되도록 도왔고, 세계 역사를 변화시킬 만큼 세계로 스며들었다"는 게 당시 추천 이유. 이후로도 꾸준히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을 점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단지 "노벨상과 관련한 오래된 농담"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20여년이 흘러 농담은 현실이 됐다. 13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을 호명했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거장 응구기와 티옹오, 시리아의 시인 아도니스 등을 예측한 도박 사이트들을 무색하게 했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딜런의 노래를 "귀를 위한 시"라고 표현하며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대중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115년 역사상 처음이다. 한림원은 딜런을 노래의 형태로 시를 쓴 고대 그리스의 음유시인들에 비견했다.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의 호메로스나 여류시인 사포가 그랬던 것처럼 딜런의 작품은 시로 읽기에도 완벽하게 훌륭하다는 것이다.
대표곡은 1962년 발표한 '바람에 실려(Blowing in the wind)'다.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야 사람들은 사람다워질까"로 시작되는 노래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돼야 알까.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음을.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지"라며 반전의 메시지를 전한다. 1965년 발표한 '구르는 돌처럼(Like a rolling stone)'의 가사 '아무 것도 없으면 잃을 것도 없다'는 미국 연방 대법원이 판결문으로 인용하기도 했다. "나는 천국의 문을 두드리고 있어요. 어머니 이 총들을 내게서 멀리 치워주세요. 나는 더 이상 총을 쏠 수 없어요"라는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Knockin' on Heaven's door)'의 가사는 글 자체로 한 편의 작품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 곡은 샘 페킨파의 영화 '관계의 종말(1973)'에 삽입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진=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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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1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러시아계 유대인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난 딜런의 본명은 로버트 앨런 지머맨이다. 영국 시인 딜런 토머스의 영향을 받아 밥 딜런이라는 예명을 사용했다. 1961년 미네소타 대학을 중퇴하고 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63년 발표한 앨범 '더 프리휠링 밥 딜런(The Freewheelin' Bob Dylan)'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딜런은 잭 케루악, 앨런 긴즈버그 등 1950년대 등장한 비트 세대 작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아 저항적이고 철학적인 가사를 남겼으며, 이는 청년 세대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국내에서 1960~1970년대 학생운동에 영향을 끼칠 정도였다.

70대의 나이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딜런은 노벨문학상 발표 당일에도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이 예정돼 있었다고 한다.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이 선정한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시사 주간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선정됐으며, 1982년에는 작곡가 명예의 전당에, 1988년에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지금까지 모두 열한 차례의 그래미상을 수상했고, 영화 '원더보이즈'의 주제곡 '싱즈 해브 체인지드'(Things have changed)로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상도 거머쥐었다. 2008년에는 서정적인 노랫말과 곡을 통해 대중음악과 미국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공로로 퓰리처상 감사상을 받았다. 노벨문학상 이전에 이미 세간의 편견을 깨뜨린 셈이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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