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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나신 곳에서 '한글의 미래'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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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캘리그래퍼 강병인 작가, 인왕산 자락 서촌서 '한글 시대' 여는 특별전

숲ㆍ햇살ㆍ바람 등 대표작 60여점 공개…홍대 작업실, 옥인동으로 옮겨 전시 준비

강병인 작가

강병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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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혹독한 겨울을 지나 마침내 꽃봉오리를 틔우고 마는 '봄', 산과 들판 사이로 당당한 위용을 뽐내는 '햇살', 덩실덩실 탈춤을 추는 '웃자', 금방이라도 성난 뿔을 휘저으며 내달릴 듯한 '황소'….
마치 생명을 지닌 듯, 보는 이들에게 말을 걸며 저마다 간직한 태곳적 힘을 전해오는 이 글씨들은 1999년부터 활동한 1세대 캘리그래퍼 강병인 작가(號 영묵ㆍ54)의 작품 일부이다. 글씨 예술가로서 서예와 디자인을 융합한 '멋 글씨'로 한글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려온 그가 세종이 탄생한 서울 종로구 옥인동에서 한글의 미래가 담긴 새로운 꿈을 펼치고 있다. 내달 7일까지 열리는 '한글글씨전'을 통해서다.

강 작가는 12일 '강병인글씨연구소 술통'에서 가진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경복궁 서측 일대가 세종이 나신 곳이자 한글이 만들어진 지역이지만 세종과 한글에 관련된 자료관은커녕 기념관 하나조차 없어 늘 안타까웠다"면서 "지난해 2월 홍대 작업실을 옮긴 후 세종의 한글정신을 이어가는 이들이 모여 꿈꾸는 터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인문학 공부방과 책방을 운영하는 '길담서원'과 공동 주최로 열린다. 지난 7일부터 제1전시는 길담서원 '한뼘미술관', 제2전시는 '강병인글꽃미술관'에 마련됐다. 각 전시관 주제는 '한글, 고운 글꽃 피우며'와 '한글, 춤추고 노래하고'이며, 숲ㆍ햇살ㆍ바람ㆍ함께ㆍ꿈ㆍ봄날 등 캘리그래피 작품 60여점이 공개된다.
캘리그래피(calligraphy)는 좁게는 서예의 다른 이름으로, 넓게는 손이나 붓으로 그린 다양한 서체(書體)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강 작가는 "캘리그래피 특유의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한글 글꼴의 입체감과 상징성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글의 독창성과 상형성에 주목한 그의 글꼴은 단지 예쁘고 다소곳한 이미지로 통하던 한글에 새롭고 즐거운 감상과 더불어 역동적인 힘과 예술성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글의 창제원리를 작품 철학으로 삼아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간의 삶과 소리를 온전히 글꼴에 담아내려는 작가의 의지 때문이다.

강 작가는 "모음과 자음, 초성ㆍ중성ㆍ초성으로 구성된 한글의 제자원리에는 삼라만상의 이치가 깃들어 있다"면서 "훈민정음 해례본 연구를 통해 한글의 형태적 가치, 즉 조형적 독특함에 주목하게 됐다"고 창작 배경을 밝혔다. 이어 그는 '칼'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어 "'칼'이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는 파열음의 날카로운 소리가 먼저 와 닿는다. 하지만 소리만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칼'이라는 글자 안에는 날카로운 칼을 떠올리게 하는 'ㅋ(키읔)', 그 칼을 잡은 사람 'ㅏ(아)'가 있고, 무엇보다 종성 'ㄹ(리을)'로 칼을 휘두르는 사람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명 '황소'

작품명 '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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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작가의 꿈은 한글을 한국의 대표 상징물로 가꿔나가는 것이다. 조각가 이근세씨와 함께 2010년 한글 세움 프로젝트를 벌인 것 역시 한글의 조형성을 설치예술작품에 담아 널리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강 작가는 "파리 에펠탑, 뉴욕 자유의 여신상 등 각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있는 것처럼 다양한 글꼴 작업을 통해 한글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고, 한국의 대표 상징물로 지켜나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비전을 밝혔다.

강 작가는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에서 광고디자인을 전공했으며, 위드콤편집디자인 대표, 그래픽잡지 '프로워크' 발행인 겸 편집인, (사)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VIDAK 캘리그라피분과 부회장, (사)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부회장ㆍ이사, 문화체육관광부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10여년간 개인 및 단체전을 비롯해 CF, TV드라마, 영화, 공공기관과 대중소기업의 BIㆍCI작업을 활발하게 벌여왔다. 대표작으로 서울시 슬로건 '희망서울', 중구청 BI '서울의 중심 중구', 진로 '참이슬 Fresh', 배상면주가 '산사춘' 등이 있으며 2008년 숭례문 복원공사 가림막에 쓰인 글씨도 그의 작품이다. 한글의 예술적 가치를 확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은탑산업훈장, 2013~2014년 문광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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