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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처럼 사라진 고어텍스 열풍 "요즘 누가 입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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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시대 합리적 소비 늘어
아웃도어 고가 재킷 수요 감소
고어코리아, 작년 영업익 반토막

신기루처럼 사라진 고어텍스 열풍 "요즘 누가 입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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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요즘 누가 고어텍스 재킷 입나요?"
최근 서울 시내 A 백화점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매장에서 가을 재킷을 구경하고 있던 김진수(49)씨는 직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행할 때 주위 친구 대다수가 고어텍스 재킷을 입고 나타났다"며 "유행에 뒤처지기 싫어 따라 샀지만 지금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요즘 산에 가면 비싼 고어텍스 재킷을 입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 그의 얘기다.

'중년 과시욕의 대명사' 고어텍스 재킷이 사라지고 있다. 아웃도어시장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고어텍스 소재에 대한 맹신 풍조가 약화된 데 따른 것이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어텍스 소재를 생산하는 고어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9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5년 전과 비교하면 70% 이상 줄었다. 매출액은 424억원으로 국내 진출한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쳤다.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이 중년들의 일상복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2011년, 한국은 고어텍스 재킷 신드롬이 불었다. 40~60대 중년들에게 고어텍스 재킷은 영국 브랜드 버버리 트렌치 코트보다 더 명품 대접을 받았다. 고어텍스 재킷은 타 소재 재킷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쌌음에도 매장에 제품을 진열하는 즉시 팔려나갔다. 재킷 소매부분의 고어텍스 상표 표시는 중년들의 과시욕구에 불을 붙였고, 너도나도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고어텍스 소재를 생산하는 고어사의 영향력도 덩달아 커졌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및 주 5일제 근무로 산으로 향하는 중년들이 급증하면서 나타난 소비 풍토의 한 단면이다.

5년이 지난 지금, 고어텍스 재킷 열풍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사회가 소비 양극화의 늪에 빠지면서 중년들은 고어텍스 재킷에 등을 돌렸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시하는 트렌드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고어텍스의 침체 원인 중 하나다. 고어텍스 소재는 일반 소재보다 원가가 비싼 편이다. 아웃도어 재킷을 생산하는 하청업체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고어텍스제품의 경우 원단 가격은 m당 15~30달러 정도다. 보통의 원단보다 2~3배 비싸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더이상 고어텍스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소재를 개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올 추동시즌 고어텍스 소재 아웃도어 신상품 수는 지난해 같은 시즌에 비해 절반 넘게 감소했다. 고어텍스 제품 매출도 계속 감소추세로, 올해 매출은 전년보다 20% 이상 빠진 것으로 아웃도어 업계는 추산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2020년까지 자체 소재 사용 비율을 80%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는 "업체들이 그동안 고어텍스 소재에 의존하고 있어 가격 거품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면서 "여기에 알록달록한 아웃도어 브랜드 특유의 제품 색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일상복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의 판매가 늘면서 고어텍스 소재 사용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고어코리아 관계자는 "고어사는 비바람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보호기능부터 편안하며 관리가 쉬운 제품까지 소재의 기능성 범위를 넓히고, 기존에 없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내년 봄과 가을에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면서 "트레킹, 등산과 같은 아웃도어 활동에서부터 도시 내 가벼운 활동 등 폭넓은 아웃도어 수요를 반영해, 골프, 스포츠, 시티웨어 등 다양한 용도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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