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현대百 정지선 vs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패자부활 노리는 롯데 신동빈 vs SK 최신원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다음 달 4일 시작되는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대기업에 할당된 티켓 3장을 놓고 국내 유통재벌들이 한판 승부를 벌인다. 지난해 기존 면세점 특허권을 잃은 롯데그룹과 SK네트웍스에 이어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이 입찰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1,2차 신규 면세점 입찰에서 이미 승패를 겨눈 만큼 3차 면세대전에선 어떤 성적표를 거둘지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家 여성 CEO 승자는=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은 지난해 1차 신규면세점 입찰에 이어 이번에도 맞붙는다. 이들은 이종사촌간이다.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이며 이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이 정 사장이다. 이 사장은 장충동 서울신라내 신라면세점을 운영한 노하우를 살려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1차 면세대전에서 특허권을 먼저 따냈다. 1차에서 고배를 마신 정 사장은 6개월 뒤 2차 면세사업권을 거머쥐며 체면을 살렸다. 3차 입찰에선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삼성동 현대아이파크를, 신세계는 반포 센트럴시티를 각각 후보지로 내세워 근접거리에서 경쟁을 벌인다. 앞서 개장한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각각 용산 현대아이파크와 신세계백화점 명동점에 들어서 서울 중심상권에서 맞붙는 형국이다.
◆현대가(家) 3세 혈투=현대가도 이번 3차 면세점 경쟁에서 재격돌한다. HDC신라면세점의 또 다른 운영 축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5촌관계다. 정몽규 회장의 아버지인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이다. 정지선 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삼남 정몽근 현대백화점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해 신규면세점 입찰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만큼 이번 특허권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면세점'이라는 이름으로 면세점 법인설립 등기를 마치고 면세사업 재도전에 나선 것. 현대백화점은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후보지로 내세웠다. HDC신라면세점의 후보지인 삼성동 현대아이파크와 500m 거리에서 경쟁을 펼친다. 문제는 삼성동에는 이미 롯데면세점 코엑스점이 있어 두 곳이 모두 특허권을 낙찰 받을 가능성이 적다는 점이다. 두 그룹이 범 현대에 속한다는 점도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입장에선 같은 그룹으로 분류된 곳에 특허권을 몰아주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지난해 상반기에 진행된 신규 시내면세점 입찰전에선 정몽규 회장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손을 잡으면서 1승을 거뒀다.
◆패자부활전=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면세사업권 탈환에 승부수를 걸었다. 양측 모두 지난해 기존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에 탈락하는 쓴잔을 마셔야 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그룹이 운영하는 워커힐면세점은 올해 문을 닫은 뒤에도 특허 재취득에 대비해 매장을 비워둔 채로 입찰을 준비해왔다. 롯데 월드타워점은 연매출 6000억원대로 국내 매출이 3위였다. 하지만 지난해 특허 재승인에 실패하면서 지난 6월 문을 닫았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6월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면세점 사업권 재승인을 살펴볼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롯데 비자금 수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바지에 달했고,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총력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은 이번 워커힐면세점 재승인에 가장 적극적이다. 그룹 전면에서 면세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근 이사회 자리에서 "호텔과 면세점을 비롯한 워커힐 전체 매출을 향후 3년내 연간 1조원 대로 키우는 동시에, 서울 동북권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고 밝혔다. SK네트웍스는 1000억여원을 투입해 워커힐면세점 매장을 확대하는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특허를 잃었다. 워커힐 면세점의 작년 매출액은 2874억원이었다. 워커힐면세점은 5개 후보 기업 중 유일하게 강북권에 자리 잡고 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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