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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화 구조조정 진통]"후판 생산구조도 모르고 무조건 줄여라?" 정부 오류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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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컨설팅사 결과 인용해 "후판 공급과잉, 생산 감축해야"
철강사들 "선주문-후생산 구조라 재고 없어, 생산구조 모르고 하는 소리"
불황기때는 설비 유지 보수만 하고 호황기 대비하면 돼
수백억~수천억 들인 철강사 설비 폐쇄하면 중국에만 좋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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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후판 구조조정을 골자로 한 정부의 철강 구조조정 방안이 철강 업계의 '오류 지적'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조선업 시황 나빠지면서 철강사가 조선사에 공급하는 후판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선주문-후생산'하는 구조조차 모르고 하는 지적이라 반발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장관은 전날 '제3차 산업구조조정 분과 회의' 자리에서 "후판은 조선 수주 절벽에 따른 자원개발 침체로 심각한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존 생산중단에 더해 '후판설비 감축 및 매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진단은 보스톤컨설팅그룹(BCG)의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내렸다.
그러나 "후판에는 공급과잉이라는 수식어가 애초부터 붙을 수 없다"는 게 철강업계의 항변이다. 조선소들이 쓰는 후판과 같은 판재류는 주문 받은 만큼 생산되는 구조다. 재고를 쌓아놓고 파는 제품이 아니다. 이런 과정은 국내에서 후판을 생산·판매하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모두 똑같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주문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생산도 줄어드는 건데, 정부는 '생산조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앞뒤도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주문-후생산' 구조로 인해 철강사들마다 연간 생산능력에 달하는 후판을 만들어 낸 적도 없다. 설비를 전력 가동해 한 해 만들어낼 수 있는 표면적인 생산능력과 실제 만들어내는 제품의 양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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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포스코는 1년에 700만t의 후판(일반강 기준)을 생산할 수 있지만, 지난해 만들어 낸 양은 580만t 정도였다. 현대제철 역시 생산능력은 320만t이지만 260만t을 찍어내는 데 그쳤다. 가동률로 따지면 각각 82.8%, 81.25% 정도다. "조선업이 호황일 때도 가동률이 100%까지 올라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철강사들의 설명이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조선업이 불황이기 때문에 연간 생산량을 줄이려 후판 설비 감축·매각을 굳이 해야 할 필요도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후판 수주량 만큼 설비를 돌리면 되고, 생산량이 줄어 가동을 멈춘 설비는 호황기를 대비해 유지보수만 하면 된다"며 "공장 하나를 짓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데, 왜 정부가 공장 폐쇄를 권유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이 과거 일부 후판 공장을 폐쇄한 것은 수주량이 줄어 유지보수 비용까지 부담이 된 특수한 경우다. 지금 철강사들이 이런 수준의 보릿고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규모'로 승부하는 철강업계에서 설비를 섣불리 줄이면 중국에 밀리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설비를 줄이면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중국 철강업체가 국내 수출량을 늘리게 된다는 것이다. 한 철강사 임원은 "정부가 컨설팅사 의견에만 기대서 무조건 줄여야 한다고만 하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하는 철강업계의 특성과 생산 구조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후판 설비 감축 외에도 정부는 판재류는 범용제품에서 고부가 강판, 경량소재 중심으로 전환하고,강관은 경쟁력을 확보한 강관업체 중심으로 설비 통폐합을 유도하거나 고부가 제품을 생산해야하다고 강조했다. 산업부는 30일 ‘철강·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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