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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4차례 밀항, 짧고 굵었던 아메리칸 드림…호세 페르난데스, 바다에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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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운 나이에 보트 사고로 숨진 쿠바 출신 ‘천재 투수’ …2013년 류현진 제치고 신인왕 거머쥐기도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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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연수 인턴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의 특급 투수 호세 페르난데스가 보트 사고로 지난 25일 숨진 가운데 그의 생전 일화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뜨겁다.

지난 1992년 쿠바 산타클라라에서 태어난 페르난데스는 2008년 목숨을 건 4번째 망명을 시도했다. 멕시코만을 거쳐 멕시코로 가는 밀항선에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몸을 실었던 것.
그런데 밤바다에서 소년의 어머니가 밀항선에서 떨어져 바다에 빠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허우적거리며 구조를 애원하는 어머니의 외침은 쪽잠을 청했던 선원과 밀항자들을 깨웠다. 하지만 모두 머뭇거릴 뿐 선뜻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

그때 16세 소년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금세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만 같은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어머니를 소년은 죽을 힘을 다해 헤엄쳐 붙잡았다. 그저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 그렇게 어머니를 건져 배에 올렸다. 소년이 바다로 뛰어들지 않았으면 며칠 뒤 도착한 멕시코에서 어머니, 여동생과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릴 수 없었을 것이다.

페르난데스는 앞서 세 번의 망명 시도에서 쿠바 경찰에 붙잡혀 감옥살이를 했다. 그는 감옥에 갇혔던 시기를 떠올리며 "우리는 정말 동물 취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죽음의 고비를 여러 차례 넘기며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버팀목은 페르난데스의 '아메리칸 드림' 덕분이었다.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4위로 마이애미 말린스에 지명된 페르난데스는 최고 시속 159㎞의 무시무시한 강속구와 커브를 앞세워 마이너리그를 평정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12승 6패 평균자책점 2.18의 놀라운 성적을 거둬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당시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신인왕을 두고 경쟁을 펼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페르난데스는 이후 오른 팔꿈치 부상과 수술로 고전했지만 올해 재활을 마치고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16승 8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대표 투수로 자리 잡았다.

그는 최근 SNS를 통해 "내년 1월에 아버지가 된다. 약혼녀 카를라 멘도사가 내 아이를 가졌다"며 기뻐했고 태어날 아이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꿨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보트 사고로 페르난데스의 꿈은 여기서 멈추게 됐다. 그를 태운 보트가 마이애미비치를 운항하던 중 바위에 부딪혔고, 페르난데스는 보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6일 열릴 예정이었던 마이애미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경기를 취소했다. 그의 사망 소식에 눈물을 펑펑 쏟은 돈 매팅리 마이애미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고 "페르난데스와 함께 한 시간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며 그를 추모했다.




유연수 인턴기자 you012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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