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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기관 대 외국인 힘겨루기, 대형주 기관장세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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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기관 대 외국인 힘겨루기, 대형주 기관장세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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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김민영 기자]용호상박(龍虎相搏).
용과 범에 비유한 힘이 강한 상대가 승패를 다투는 일을 말한다. 국가로 보면 빅2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이 해당한다. 증권시장에서는 용과 범을 외국인과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증시를 보면 이 같은 형국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 간의 힘겨루기 속에 힘없는 개인들이 생존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증시에서 힘의 '균형추'는 외국인보다 기관에 더 쏠려 있다. 대형주나 중소형주 관계없이 매수세를 이어가는 외국인들과 달리 기관들은 특정 대형주 중심으로 매수세를 강화하는 반면 중소형주 매도 러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파급 효과가 큰 대형주의 기관장세가 열린 셈이다.

올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의 대형주 상위 종목의 주가 상승세는 기관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이 지난 7월부터 이달 20일까지 1000억원 이상 사들인 대형주 상위 종목의 평균 수익률이 13.5%에 달했다.
기관은 이 기간 동안 코스피 시가총액 50위권 내의 상위 종목을 선별해 순매수를 하고 있다. 기관이 1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종목 10개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13.5%를 기록했다. 기관의 순매수가 대형주들의 주가 상승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코스피 대형주 장세를 이끈 외국인이 팔아치운 종목의 경우 기관의 순매수세가 주가 방어에 성공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1ㆍ2분기 실적에서 대형주의 성적이 좋다 보니 안전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형주 쪽으로 기관의 수급이 움직이고 있다"며 "연기금 등 기관 주도로 대형주 위주의 강세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1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현대중공업(26.79%)으로 기관은 이 기간 동안 1996억원치를 순매수했다. 하나금융지주도 같은 기간 기관이 1262억원치를 순매수해 23.9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KB금융지주에도 기관의 순매수세가 몰렸다. 기관은 1614억원치를 사들였고, 이 기간 17.20%의 수익률을 올렸다. 기관들이 은행주를 집중 매입하는 것은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에다 하반기에 실적 호조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는 삼성물산도 기관이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기관은 2369억원치를 순매수했고, 같은 기간 삼성물산 수익률도 18.70% 상승했다. 현대모비스도 기관이 2096억원치를 사들여 10.83% 상승률을 기록했다.

현대차와 삼성화재의 경우 기관의 순매수세가 외국인의 순매도세를 받아내며 주가를 지켜냈다. 현대차는 이 기간 동안 외국인이 2671억원치를 팔았지만 기관이 2624억원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1.09% 올렸다. 삼성화재도 외국인이 1871억원치를 순매도했지만 기관은 2209억원치를 사들이며 주가는 이 기간 동안 3.54% 상승했다.

하지만 기관들은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이다. 철저하게 내다 팔고 있는 것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이달 20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합쳐 기관투자가들은 시가총액 50위 아래 중형주와 200위 아래 소형주를 각각 3조1100억원, 1조3400억원 팔았다. 둘의 매도 금액을 합치면 2분기와 비교해 약 14배 이상 늘었다. 반면 자사주를 집중 매입한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시가총액 2~50위 대형주의 기관 매도 규모는 1.3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제 기관은 올 3분기에 시가총액 상위 50위권 내 종목 19개를 선별해 100억원 이상씩 순매수했다. 이들의 평균 수익률은 11.6%로 코스피 평균(2.3%)과 5배 격차가 벌어진 상태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달리 기관은 팔지 않고 들고 있거나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종목이 있다"며 "기관 수급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의 힘겨루기 양상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손바닥 뒤집듯이 한 번에 이 같은 흐름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이 벌이고 있는 수급 싸움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뚜렷한 방향성이 나타날 때까지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정보기술(IT) 업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조선, 기계, 건설, 철강 부문에서 구조조정 이후 실적 전망이 밝은 편이어서 이들을 중심으로 기관의 대형주 매수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관의 매도세는 여전히 증시의 발목을 붙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기관은 7개월째 순매도를 이어 가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이달 22일까지 누적순매도는 8조5926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2월부터 8개월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김진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의 자금 유출이 이어지며 투신권의 운신 폭을 제한하는 등 외국인의 관망세보다 내부적으로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차익매물이 증시 내 수급 불균형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기관의 매도세가 연말까지 증시의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긍정론도 나온다. 신흥국 펀드의 자금 순유입이 늘고 있는 데다 채권형 펀드 자금 쏠림 현상이 완화될 가능성과 펀드 환매 패턴이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배경에서다.

김영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3년 이후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속적으로 자금이 유출됐는데, 올해는 상황이 달라져 지난 7월부터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채권형 펀드로의 자금 쏠림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점과 주가지수 레벨에 따른 펀드 환매 패턴이 긍정적으로 변한 점을 볼 때 기관들의 매도세가 약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관 매도 압력이 해소된다면 연말까지 남은 기간 동안의 한국 증시는 생각보다 긍정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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