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염두에 둔 형식적 교섭, 끝내 파업으로…국민 74% "근로자와 충분한 협의 선행돼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성과연봉제를 포함한 올해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안건을 놓고 1차 산별중앙교섭을 연 것은 지난 4월초였다. 그러나 당시 사용자협의회 측이 불참하면서 협상이 불발됐다. 이어 5월 본격 교섭을 시작해 수차례 진행했으나 양측은 매번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일부 비공개 협상장에서는 성과연봉제 제도 자체에 대한 알맹이는 빠진 채 '협상 도중에 왜 웃느냐'는 등의 감정싸움에 따른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지난 6월말 5차 교섭 끝에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당시 협상 직후 노조 관계자는 "예상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성과연봉제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은 교섭과 조정이 모두 끝난 뒤인 7월 말이다. 은행연합회는 외부 기관 자문을 거쳐 개별 성과평가를 도입하고 이에 따라 연봉의 차등폭을 최대 40%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민간 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사실상 곧바로 적용하기 힘든 '기본틀'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당시 금융권 실무자들의 평가였다. 오히려 기존 인사제도보다 훨씬 성긴 것이어서 각 은행별 인력운영 상황과 기존 인사제도에 따라 상당 부분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산별중앙교섭이 결렬된 뒤여서 해당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는 교섭 테이블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금융노조 역시 제도 자체보다는 정부의 강압적인 도입 방식을 지적하며 노사 협의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각 은행마다 이미 일정비율 성과연봉제가 도입돼 있는데도 전혀 없는 것처럼 오해를 사고 있다"며 "진정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강압적 방식을 멈추고 노사의 자율교섭을 철저히 보장한 뒤 충분한 검증을 통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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