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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총파업 D-2 ①]성과연봉제 '충돌'…시험대 오른 금융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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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쉬운 해고 가능한 '해고연봉제'" 주장, 연쇄파업 불사…금융당국·은행, 비상대책 마련

20일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투쟁상황실에서 김문호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노조 지도부가 성과연봉제 반대를 위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일 서울 중구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투쟁상황실에서 김문호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노조 지도부가 성과연봉제 반대를 위한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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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오는 23일 총파업을 실시한다. 노조는 '10만 노조원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 파업'을 공언하며 그 어느 때보다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은행들은 파업 참여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각 시나리오 별 대비책 마련에 나서는 등 긴장하는 모양새다. 두 진영 사이에는 '성과연봉제'라는 견고한 벽이 굳게 서 있다.

금융권이 총파업에까지 이르게 된 최대 쟁점은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금융권 성과연봉제'다. 금융권 대부분이 적용하고 있는 호봉제(근무 연한에 따라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제도)를 성과평가를 바탕으로 한 연봉제로 바꾸자는 것이 핵심 골자다. 기존 관리자급 이하 은행원은 대부분 지점별 평가만을 바탕으로 성과급을 받는데, 여기에 개별 성과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노사 양측은 올 상반기 다섯 차례에 걸친 산별중앙교섭을 진행했으나 의견 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노조가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도 형식적인 수준으로 종료, 노조가 합법적 쟁의절차에 돌입해 가장 강력한 수위인 총파업을 실시하게 됐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를 '해고연봉제'라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성과평가를 빌미로 사측으로하여금 '쉬운 해고'를 가능케 하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김문호 위원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금융권 현장은 지금도 과당경쟁에 따른 전쟁터인데 이런 식의 성과연봉제가 도입되면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불완전판매가 늘어 국민과 고객에 굉장한 피해가 가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노조는 역대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자신하며 집결 장소도 국내 최대 규모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정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사는) 전국 각지에 출장소를 포함해 만 개가 넘는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 10만 노조원이 한 곳에 집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국내 최대 경기장에서 총파업을 실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파업으로 은행업무 마비 등 국민이 겪을 불편에 송구스럽다"면서도 "정부와 사측이 성과연봉제를 강요하며 인권탄압 등 불법을 서슴지 않고 있어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 투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정부와 사측과의 논의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2ㆍ3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노조는 파업 참가율 목표를 80~90% 수준으로 잡고 있다. 휴직자나 출장자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 참가하도록 독려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23일 총파업 현장에서 참여한 조합원을 대상으로 사상 최초로 '현장 조합원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10만에 가까운 노동자가 모여서 현장 조합원 총회를 여는 것은 대한민국 노동 역사상 최초의 일"이라며 "결연한 의지로 반드시 성과연봉제를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의 노사관계 불법개입 저지 ▲낙하산 인사 척결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개선 등도 총파업 목표로 내걸었다.

은행들은 이에 대비해 각 행별로 조합원 이탈률에 따라 각 시나리오별 비상계획 마련에 나섰다. 비조합원과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을 중심으로 창구에 최대한 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비춰봤을 때 실제 파업 참여율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상황을 주시하고 (파업에) 대비하고 있다"면서도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나 관심도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 당국도 상황 점검에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1일 오전 9개 시중은행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은행 창구에서의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을 점검했다. 금융감독원도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고 회의에 참여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파업은 노조간부 위주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호응도가 낮을 것으로 보여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만전을 기하는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융권 파업은 참가율이 저조했다. 금융노조는 2000년 7월과 2014년 9월 관치금융 반대를 기치로 내걸고 두 차례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2014년 파업 때는 참가율이 10% 수준에 불과했다. 2014년 파업이 금융공기업 정상화, 낙하산 인사문제 등을 주요 화두로 내건 반면, 이번에는 시중 은행원들의 생계문제인 월급 체계와 직접 연관됐다는 점에서 파업 동력에서 차이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당일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내다봤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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