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한다더니…더 담 쌓는 금통위원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꼭꼭 숨었다. 올해부터 공개 강연 등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 확대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배치되는 행보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이 새롭게 구성된 후 금통위원들의 공식 외부 활동은 3개월에 한 번씩 진행하는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 뿐이었다. 올해 중 한은 홈페이지에 새롭게 올라온 금통위원들의 강연 및 연설문 자료도 4건에 그쳤는데, 이 중 2건은 지난해 진행된 함준호 위원의 강연 자료였다. 나머지는 지난 6월과 7월 각각 진행된 연세대 특강과 출입기자단 간담회 인사말이었는데 이 역시 함 위원의 자료였다. 지난 4월 새롭게 합류한 4명의 금통위원들의 외부활동을 통한 소통은 사실상 없었던 셈이다. 함 위원은 지난 2014년 5월 금통위에 합류했다.
4월 금통위가 새롭게 구성된 후 소수의견을 통해 본인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 금통위원도 없었다. 한은은 올해부터 금통위와 금융시장 간의 소통을 확대하고 통화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소수의견이 나오면 이를 제시한 금통위원 이름을 회의 당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4명의 신임 금통위원 합류 후 이달까지 총 5번의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금통위가 열렸지만 소수 의견을 낸 위원은 없었다. 금통위 의사록에는 " 빠른 시일 내에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 등의 다양한 의견이 개제돼 있지만 이는 익명으로 공개돼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에 앞서 한은은 지난해 말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2017년부터 연 8회로 축소키로 결정하면서 올해부터 주요 금융ㆍ경제 이슈에 대한 금통위원의 공개 강연, 기자간담회 등도 함께 추진키로 했다. 또 강연 내용과 일정 등 금통위원의 정책 관련 활동내역을 홈페이지와 소셜 미디어, 보도자료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었다.
한은은 이에 대해 "공개적인 외부 활동은 없었지만 비공개 활동은 했다"며 "조동철 위원이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강연을 했고 연세대 경제대학원에 개설한 '한국은행 경제금융강좌'에 금통위원의 특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비공개 강연은 특정 집단에 정보를 주는 측면이 강해 외부활동을 통해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당초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통위원이 강연을 통해 내놓은 의견은 다음 통화정책 결정 전까지 금리를 예측할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는데, 이를 특정집단에 비공개적으로 줄 경우 정보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통화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금통위원의 외부 활동을 늘리기로 한 만큼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강연보다는 공개적인 외부활동이 취지에 더 맞다"며 "그래야 금통위원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이사 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