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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 이거나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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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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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자 영국 BBC의 뉴스 사이트에 재미있는 사진이 실렸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가 베를린에서 서쪽으로 약 200㎞ 떨어진 잘츠기터라는 곳에서 열린 사회민주당의 선거 유세 현장에 나갔다가 극우주의 시위대에게 오른손 가운데손가락(중지)을 들어 보이는 모습이다. 기사 제목에 '가운데손가락질(middle finger gesture)'이라는 표현이 보인다.

서양(요즘은 동서양을 가릴 것도 없지만)에서 중지를 들어 올리는 행동은 아주 '쌍욕'이다. 현장에 있었던 시위대는 물론이고 뉴스를 본 독일이 조용했을 리 없다. 미디어에서는 '신나치주의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브리엘 부총리는 "두 손으로 욕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only mistake was not using both hands)"고 한 술 더 떴다. 쌍욕을 쌍으로 즉 '쌍쌍욕'으로 하지 못해 후회된다는 얘기다.
우리는 중지 들어 보이기를 상당히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시크하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도 있다. 때로는 장난스럽게 중지를 들어 보인다. 그러나 유럽이나 미국을 여행하다가 이 행동을 한다면 분노한 현지인들에게 아구통을 얻어맞기 십상이다. 중지 들기는 우리의 '이거나 먹어라'하고는 많이 다르다. 우리는 엄지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주먹을 쥐어 보이거나 주먹 쥔 오른팔을 왼손으로 문지르듯 받쳐 올리며 그걸 먹으라고 한다.

중지와 주먹손과 팔은 신문에 그대로 쓰기 다소 거북한 남성 신체의 일부를 표현한다. 하지만 중지는 그렇게 쓰는 법이 아니다. 하나 가르쳐 주겠다. 인터넷에서 찾았으나 저작권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먼저, 손을 펴서 손바닥과 손가락을 맞대자. 그런 상태에서 각각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 보라. 잘 떨어질 것이다. 자, 다음은 중지를 구부려 첫 번째 마디와 두 번째 마디 사이를 맞댄 채 남은 손가락 끝을 맞대 보라. 그 다음 엄지를 떼어 보라. 잘 떨어진다. 검지를 떼어 보라. 잘 떨어진다. 새끼손가락(소지)을 떼어 보라. 잘 떨어진다. 그런데 무명지(약지)는? 이걸 떼는 사람 많지 않다. 거의 없다.
이 실험을 할 때 우리 손가락에는 각각 의미가 부여된다. 엄지는 부모, 검지는 형제, 중지는 자기 자신, 무명지는 배우자, 소지는 자식이라고 한다. 부모와 형제와 자식과는 언젠가 헤어져야 할 운명이다. 자신과 헤어지려면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 배우자와 헤어지기는 스스로 몸을 두 동강 내기만큼 어렵다. 안 떨어지는 무명지를 억지로 떼려 하면 중지 즉 나 자신을 산산조각 내야 한다. '하느님이 묶은 것을 사람이 풀지 못할 지니라!'. 그래서 반지를 거기에 낀다.

다시 말하거니와 중지는 곧 '나'다. 당신의 몸뚱이 전체를 생식기라고 생각한다면 모를까, 이걸 갖고 욕하는 데 써서야 되겠는가. 맑은 사람에게는 생식기조차 거룩한 법이니 생명의 도구요 통로가 아닌가. 불결한 자들은 이것으로 남을 욕보이고 폭행하며 더럽힌다. 이런 자들에게는 국고를 들여 전자발찌를 선물할 것이 아니라 거세 서비스를 해줘야 마땅하다. 물론 처리 비용을 청구하고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 또한 꼼꼼히 살펴야 할 것이다.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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