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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몸으로 쓰는 이야기]ET와 미켈란젤로

최종수정 2016.08.26 11:07 기사입력 2016.08.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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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허진석 문화스포츠 부국장

ET는 외계인이다. 지구를 조사하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왔다. 근데 좀 부족한 친구다. 식물 채집을 하러 왔다가 태평양 밤바다를 보고 반해버린 나머지 우주선에서 낙오된다. 그리고 지구인들에게 쫓기다 엘리어트를 만나 그의 집에 숨는다. 엘리어트는 형 마이클, 여동생 거티와 함께 ET를 보살핀다.

 ET는 자기 별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엘리어트와 마이클의 도움으로 잡동사니를 모아 동족들에게 연락할 통신 장비를 만든다. 숲에 들어가 동족들과 교신을 시도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지구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ET는 병에 걸려 쓰러진다. 외계인을 추적하던 미국의 정보 요원들이 살리려 해보지만 ET는 끝내 숨을 거둔다. 하지만 슬픔에 빠진 엘리어트 앞에서 시들었던 화분의 꽃이 되살아난다. 기적처럼 ET의 심장이 다시 뛴다.

 우리에게 외계생명체는 공포의 대상이다. '인디펜던스 데이', '프로메테우스' 같은 영화에서 압도적인 힘으로 인류를 위협한다. 그러나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해 1982년에 만든 영화 'ET'에서는 예외였다. 꿈 같은 장면들이 관객을 사로잡았고, 수많은 패러디가 양산되었다. ET를 바구니에 담은 엘리어트의 자전거가 날아오르고 만월(滿月) 속을 가로지른다. 죽은 줄 알았던 ET의 심장이 붉게 빛나면서 깨어나는 장면, 자기 별로 돌아가는 ET와 엘리어트의 이별 장면 등은 가슴 뭉클했다.

 그러나 'ET'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따로 있다. 소년과 ET가 검지를 맞대려는 그 장면. 사실 이 장면은 영화 포스터에서만 보인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 아이디어를 구했으리라. 신이 아담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그 장면. 나는 미켈란젤로의 그림과 스필버그의 영화, 그리고 스티브 잡스가 상징하는 스마트폰의 액정을 통해 천재의 상상력이 어떻게 현실로 구현되는지, 현실을 얼마나 결정적으로 바꾸어 놓는지 확인한다.

 스마트폰이 세상에 선을 보일 때, 액정을 터치해 신호를 입력하는 데는 '감압식'과 '정전식' 기술이 사용되었다. 감압식은 압력, 정전식은 정전기를 인식하게 하는 방법이다. 지금은 대부분 정전식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이전의 '휴대전화'처럼 버튼을 눌러 조작했다면 지금과 같이 널리 사용되지 못했을 것이다. 터치는 스마트폰의 본질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구동해 무슨 일이든 할 때 검지를 들어 액정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우리가 검지를 펴 생명을 불어넣기 전까지 스마트폰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소년도 ET도, 신도 아담도 검지를 맞대지 않았다. 부하된 전압이 매우 높고 조건이 맞으면 도체 사이에 간격이 있어도 전자가 이동한다. '터널링 효과'다. 에너지가 클수록 터널링이 강하게 나타난다. 신의 무한한 에너지는 터널링을 통하여 아담에게 전달되어 생명이 고동치게 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터널링 효과를 어떻게 알았을까? 나는 아주 지독한 진리는 지식이 아니라 영감이라고 믿는다.

 생각한다. 신이 부여한 아담의 생명은 전기와 같은, 그러한 기운이었을까. 생명은 그런 자극, 그런 전율인가. 그러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난 우리는 감전된 것처럼 온몸에 힘이 빠져 아무 일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인가.

문화스포츠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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