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스미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와 영국 옥스퍼드대학 공동 연구진에 따르면 138억년 전 빅뱅이 발생한 지 3000만년 뒤 지구에 첫 생명체가 생겨났다고 한다. 연구진은 우주의 어느 항성에서 10조년이 지나면 그 주변 행성에 생명체가 탄생할 가능성이 현재의 1000배에 이른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그런데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 지구의 나이는 45억년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한 시기를 약 36억년 전으로 본다. 셈이 맞지 않는다. 이에 대한 연구진의 답은 "지구의 생명체는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 낮은 확률을 뚫고 태어난 '조산아'"라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론에 귀를 기울이다가는 둔한 머리가 쪼개질 것이다. 밥벌이에 도움이 되지 않을 설명을 턱 쳐들고 듣느니 기사 마감이나 제때 하는 게 신상에 이롭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인간이 원숭이의 먼 친척이라는 주장을 어찌 곧이듣겠는가? 인간은 영장류에 속한다. 영장류는 척추동물문, 포유류강의 한 목이다. 가장 진화한 군인데, 원숭이와 인류가 여기 속한다. 가슴에 유방이 두 개 또는 네 개 있고 새끼는 대개 한 마리씩 낳는다. 앞발과 뒷발의 발가락은 다섯 개고 걸을 때는 발뒤꿈치가 땅에 닿는다.
발을 자세히 봐야 한다. 영장류는 엄지발가락에 넓은 발톱이 있고, 엄지발가락이 다른 발가락과 마주 나서 물건을 잡을 수 있다. 다만 인간은 원숭이들과 달리 뒷발의 엄지가 다른 발가락들과 평행이다. 인간은 그들의 앞발을 손(手; hand)이라고 부른다. 앞발을 어찌나 아끼는지 뒷발과도 분명한 차등을 둔다. 급해지면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손은 손가락으로 그 기능을 다한다. 그 중에 으뜸은 엄지로, 인간의 엄지는 형제 손가락을 야구경기의 포수처럼 마주보고 나 있다.물건을 잡을 때는 다람쥐가 도토리 붙들 때처럼 받쳐 들지 않는다. 야구선수가 배트를 쥘 때처럼 '움켜쥔다'. 인간의 손은 움켜쥐는 기능이 다른 영장류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달했다. 그래서 이 무리는 그토록 욕심이 많은 모양이다.
엄지는 손의 제왕이다. 우리는 엄지를 척! 세워서 '네가 짱 먹어라'라고 추어준다. 로마의 황제는 요걸 갖고 사람 목숨을 희롱했다. 엄지의 지문은 지금도 도장이나 서명을 대신한다. 지문인식! 새끼손가락 걸어 약속을 하고도 못 미더우면 엄지를 맞추어 확인한다. huh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