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회를 처음 먹어본 것은 7년 전인 2009년이다. 장소는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도항 인근의 식당. 나로도항은 삼치 파시로 손꼽히는 곳이었다. 파시(波市)는 풍어기에 열리는 생선 시장을 말한다. 삼치가 아무리 유명한 곳이라고 해도 여수공항에서도 버스로 2시간 남짓 더 들어가야 하는 나로도항에 삼치회를 먹으러 간 것은 아니었다. 그해 8월19일 나로우주센터에선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가 예정돼 있었다.
그해 8월 멀기도 멀었던 나로도에 이렇게 두 번 출장을 가면서 삼치회를 먹었다. 맛은 익숙하지 않았고 식감은 푸석했다. 고된 일정 탓이었는지, 나로호 실패 탓이었는지, 아니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마음이 아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삼치회의 맛은 선뜻 다가오지 않았다. 그 이후로 삼치회를 먹을 기회가 없었다.
다시 삼치회를 먹은 것은 6년이 지난 지난해 여수에서였다. 교동시장 인근에는 밤이면 포장마차들이 들어서는데 주로 해물, 묵은 김치, 삼겹살을 한데 구워먹는 '해물삼합'을 많이 먹는다. 늦은 밤이라 간단한 안주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주인장은 삼치회를 권했다. 유쾌하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지만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전문집도 아닌 포장마차에서 투박하게 썰어온 삼치회의 맛은 2009년 나로도의 그것과 달랐다. 부드럽고 고소하게 입에서 녹았다. 간장에 찍어 그냥 먹어도 좋았고 양념, 김 등을 함께 곁들여 먹으면 다른 요리처럼 느껴졌다. 삼치회 한 점에 소주 한잔을 마시며 생각했다. 과거 먹었던 것과 이 삼치회의 맛이 다른 게 아니라 음식을 먹는 순간을 둘러싸고 있는 정서들이 맛을 다르게 느끼게 하는 것 아닐까. 답답하기만 했던 출장길이 아닌, 하루하루 마음을 키워가는 평생의 친구와 함께 여수 밤바다 앞에서 먹는 삼치회의 맛은 그만큼 각별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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