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허브로 금융중심지 정책 새 판 짠다
[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중국 위안화 국제화를 활용하는 방식의 새로운 금융중심지 정책이 마련된다. 지금까지는 외국 금융사를 많이 유치하는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위안화 역외허브 같은 특화된 색깔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연구원을 통해 금융중심지 정책 재정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르면 연내 새로운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6일 밝혔다. 금융중심지법은 3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있다.
금융위는 연구용역 과업지시서에서 "금융허브 로드맵 등의 목표 기간이 지나면서 금융중심지 정책의 목표 및 방향이 모호한 상황"이라며 "기본계획상 정책 목표가 전반적인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로, 금융중심지 고유의 장기 비전이나 전략이 부재"하다고 진단했다.
2003년 수립된 금융허브 로드맵에서는 2012년까지 세계 50대 자산운용사 지역본부 유치를, 2008년에는 2015년까지 자산운용시장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지역 금융중심지 조성을 목표로 삼았으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정책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에서 "그동안 한국의 금융중심지 정책은 외국계 금융사를 얼마나 많이 유치했는지 하드웨어적인 목표치에만 집중해 온 측면이 있었다. 이제는 금융중심지로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위는 특화 분야를 선정 육성해 금융권 역량 강화 방안을 찾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 주된 예시로 위안화 국제화와 자본시장 개방을 활용한 금융거래 활성화를 꼽았다.
위안화는 2013년 5월만 해도 세계 지급결제 통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8%로 전체 통화 중 13번째에 그쳤으나 지난해 8월에는 2.79%까지 치솟으며 엔화를 제치고 세계 4대 통화로 자리잡았다. 위안화 신용장 발급 비율은 9.1%로 달러에 이어 2위 수준이다. 중국은 위안화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등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중국의 성장주가 몰려 있는 선전 증시와 홍콩 증시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도 연내 시행될 예정이다. 2014년 홍콩과 상하이 간 교차거래인 '후강퉁'을 실시한 이후 2년만의 자본시장 개방 조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금융 중심지 정책 목표를 위안화 역외 허브 조성으로 재설정할 경우 금융산업에서의 과거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중국 내 저부가가치 제조업체들이 아세안 지역으로 활발히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가 아시아 지역 통화로 부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위는 이외에도 싱가폴이나 홍콩 등과 차별화할 수 있는 특화 상품과 제도 발굴, 국제 외환 거래와 크로스보더 뱅킹(국경을 넘는 은행 업무) 활성화로 국제 금융 거래 집중 및 국내 금융사 비즈니스 기회 확대, 거래소 시장의 경쟁 유도 및 국제화, 채권시장 국제화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또 핀테크와 해양파생금융 등 특성을 고려해 외국 금융사를 적극 유치할 수 있는 맞춤형 전략도 주문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은 금융중심지 정책 재수립의 초기 단계"라며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검토해 연내 혹은 내년 초까지 기본방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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