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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의 밥 경제] "아무것도 하지마세요"…이상한 김영란法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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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외부교육 서두르지만 강사들마저 아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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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을 앞두고 기업들이 관련 부서 임직원들에 대한 외부교육을 서두르고 있지만 부실한 내용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사는 비용을 들여 변호사 등을 초청하고 임직원들은 2시간 이상 교육에 참석하지만 돌아오는 건 실망감뿐이다. 교육에서 나온 얘기들은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는 말이 대부분이다. 변호사들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해도 "제가 생각하기에는 ○○○○○ 할 것으로 보이지만 확실하지 않다"는 답변이 전부다.
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A 금융회사는 국내 최고 수준의 로펌에 근무하는 변호사를 초청해 김영란법 관련 교육을 받았다. 이 자리에는 홍보ㆍ법무 등 김영란법 관련 부서 직원들이 참석했다.

'언론 인사가 A 금융사 소유 콘도의 예약을 부탁한 경우(비용은 언론 인사 본인이 부담) 숙박시설의 단순 예약 요청도 금품 등의 수수로 보는지 여부' '언론사 창간 기념일에 10만원 상당의 나무 발송 등처럼 특정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법인 대상의 화환 등도 수수금지 대상 금품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답변은 "전부 애매하다"였다. 한 직원은 "변호사한테 궁금한 점들을 계속 질문했지만 정확하게 이렇다 할 만한 답변은 단 하나도 없었다"며 "교육을 하겠다고 해 놓고 자기 생각이 이렇고 로펌 내 다른 변호사들과 상의를 해봐야 될 것 같다는 얘기를 여기 와서 왜 하는지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로펌에서 김영란법 사례집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어떤 점들을 궁금해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한다는 느낌이 더 컸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지난달 말 B 협회가 주최한 김영란법 법률세미나에 참석한 한 직원은 "질문에 대한 답이 전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었다"며 "이런 세미나를 할 거면 시간 내서 올 필요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C 제조기업도 지난달 중순께 김영란법 관련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외부 교육을 진행했다. 하지만 강사로 나온 변호사는 "(법 시행 이후 당분간은) 아무도 만나지 말고,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바쁜 업무시간을 쪼개 가며 김영란법에 대한 걱정과 궁금증을 해결하려 했던 직원들은 아무런 득이나 보람도 없이 회사로 돌아왔다. 그 시간 동안 밀렸던 업무를 하느라 결국 야근을 하는 직원들도 생겼다.

한 직원은 "교육을 받긴 했는데 찜찜한 기분이다. 나중에 김영란법을 위반하게 되는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 측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몰아갈 수도 있다. 회사 측은 비용을 들여가며 직원들을 충분히 교육했다고 변명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우려했다.

김영란법 시행일이 다가왔지만 관련 교육을 받지 않는 곳도 많다. 그룹 계열사들의 경우 먼저 그룹 차원에서 지침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룹 계열사의 한 대관부서 직원은 "이렇게 애매모모한 법은 처음이다. 거의 모든 상황이 법에 저촉될 가능성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명확한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당분간은 법에 저촉될 만한 것은 하지 말면서 주변에서 어떻게 하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결국 김영란법에 대한 궁금증의 자세한 해답은 판례가 나와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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