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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뉴질랜드의 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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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푸드 '마누카꿀' 이름 둘러싸고 티격태격…서로 독점권 주장

뉴질랜드 노스 섬에서 콤비타의 직원들이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콤비타).

뉴질랜드 노스 섬에서 콤비타의 직원들이 벌통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콤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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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호주와 뉴질랜드가 꿀 이름을 둘러싸고 티격태격하고 있다. 항균효과가 있어 건강에 좋은 식품, 이른바 '슈퍼푸드(super food)'로 불리는 마누카꿀이 바로 그것이다.

뉴질랜드 양봉업계는 자국산만 마누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한편 호주 양봉업계는 꿀이 나오는 야생관목 마누카가 자국 토종인데다 효능에서 자국산 꿀이 뉴질랜드산(産)만큼이나 탁월하다고 주장한다.
마누카꿀은 세계 남자 테니스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미국의 방송인 코트니 카다시안 등 유명인사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인들의 마누카꿀 수요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자국산 건강보조식품을 불신하는 중국 중산층은 청정 국가에서 수입한 꿀이라면 거금도 마다하지 않는다.

뉴질랜드의 마누카꿀 생산업체 콤비타는 지난 15개월간 순이익이 1850만뉴질랜드달러(약 150억원), 매출이 2억3100만뉴질랜드달러에 이르렀다고 최근 발표했다. 콤비타에서 생산한 마누카꿀 가운데 절반 정도가 중국으로 수출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마누카라는 이름을 둘러싸고 뉴질랜드와 호주가 한치의 양보 없이 서로 치고 받는 것이다.
꽃이 만개한 마누카 관목(사진=콤비타).

꽃이 만개한 마누카 관목(사진=콤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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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관목 마누카는 학명이 '렙토스페르뭄 스코파리움(Leptospermum scoparium)'으로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자생한다. 이 가운데 세인의 관심을 끄는 것이 뉴질랜드종(種)이다.

그러나 호주 양봉업계는 자국산 마누카꿀 역시 어엿한 마누카꿀이라고 주장한다. 호주 브랜드 카필라노 허니는 자사 웹사이트에서 농도에 따라 3종의 마누카꿀을 판매하고 있다며 3종 모두 100% 순수 호주산 마누카꿀이라고 선전한다.

이에 뉴질랜드 마누카꿀산업협회(UMFHA)가 발끈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UMFHA의 존 로클리프 대변인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뉴질랜드 꿀벌이 만들어낸 꿀에만 마누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봉업자, 꿀 수출 업자로 이뤄진 UMFHA는 뉴질랜드 마누카꿀 매출의 80%를 차지한다.

로클리프 대변인은 "소비자들이 마누카꿀이라면 으레 뉴질랜드산이려니 생각한다"며 "마누카라는 단어는 마오리족(族)의 말이니 반드시 이를 보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샴페인 등 특정 지역이나 국가와 연관된 제품명처럼 마누카라는 이름도 당연히 보호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UMFHA는 지난해 마누카라는 이름을 상표출원했다. 뉴질랜드 고유의 프리미엄 제품을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다. 지난 9일(현지시간)에는 '이것이 마누카다'라는 이름 아래 심포지엄도 열었다. 심포지엄에 뉴질랜드ㆍ호주ㆍ일본ㆍ중국의 과학자들이 참석해 진정한 마누카꿀의 화학성분은 무엇인지 열띤 토론회를 가졌다.

호주 꿀벌산업위원회(AHBIC)의 트레버 웨더헤드 위원장은 "뉴질랜드가 마누카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호주에도 뉴질랜드의 것과 동일한 마누카 관목이 자란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에서 호주산과 뉴질랜드산 마누카꿀이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웨더헤드 위원장은 마누카라는 이름이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언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과 관련해 "마누카라는 단어가 호주에도 있다"며 "마누카라는 이름은 호주 태즈메이니아 섬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고 반박했다.

호주는 뉴질랜드가 마누카라는 이름에 대한 독점권을 주장하는 것은 마케팅에서 우위를 점해보겠다는 속셈이라고 비난한다.

뉴질랜드에는 큰 이점이 하나 있다. 뉴질랜드와 달리 호주에는 마누카 관목이 그리 흔치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호주 양봉업계가 고품질 마누카꿀을 생산하는 데 제약이 따른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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