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양대 국적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합병설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조양호 회장은 "해운업은 국가 전략산업"이라면서 독자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걸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유동성 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1988년 대한선주를 인수한 뒤 30년에 걸쳐 사세를 키웠고, 전 세계 90여개 항만을 연결하며 연간 1억톤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한진해운은 100여척의 컨테이너선과 11개의 터미널, 23개의 해외현지법인, 100여개의 영업지점 네트워크를 확보하며 순항했다.
2002년 조중훈 회장이 별세하고 한진그룹이 넷으로 나뉘면서 한진해운은 3남인 고(故) 조수호 회장이 맡았다.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지병으로 별세하자 그의 부인인 최은영 회장이 경영해왔지만 지속된 불황과 극심한 유동성 위기로 비극이 이어졌다.
조 회장은 선친의 꿈을 이루기 위해 2014년 한진해운을 인수해 무보수의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역부족이었고 수송왕국이라는 그의 꿈도 결국 꺾이고 말았다.
한진그룹은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 불가 결정을 내린 30일 입장자료를 내고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으며 해외 채권자와 선주사들의 협조까지 힘들게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 지원 불가 결정이 내려져 안타깝다"라고 밝혔다.
한진해운은 자율협약 종료시점은 다음달 4일 이전에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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