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하다. "짜장면"을 시켰는데 "삼선짜장면"이 나오다니. 이런 경우 그냥 모른 척하고 "삼선짜장면"을 냉큼 먹은 뒤 "짜장면" 값만 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러기엔 살짝 양심에 걸린다. 그보다 솔직히 말하자면 "삼선짜장면"은 내 취향이 아니다. "전복도 다진 야채도 싫"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꿔 달라고" 말하기가 참 꺼림칙하다. 사소한 일에 매달리는 듯해 싫기도 하지만, 종업원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할 바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이런 하찮은 일로 "싸우기 귀찮"다. 아니다. 그게 아니다. "싸우기 귀찮아서 잘못했다고 말하고는 제거되고 추방된" 적까지 있는 "나로서는" 부당한 일에 맞서는 게 실은 두렵기 때문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지극히 작디작은 것들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 사소한 영역이 온통 부조리로 얼룩져 있다면 그리고 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했다가 도리어 "추방"당하기까지 했다면, 정말이지 온전한 정신으로 하루하루 사는 것 자체가 오히려 신기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이 시가 맨 앞에 실린 김이듬 시인의 시집 제목은 "히스테리아"다.
채상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