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공포 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유엔(UN)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16일(현지시간) 경찰 창설 115주년 기념 행사에서 참석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핀 인권을 우려하는 유엔에 대해 "매우 멍청한 일이다. 남의 나라 정치에 간섭하지 말라고 엄중히 경고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두테르테 정부의 마약사범 즉결 처형 문제에 대해 인권 침해 우려를 나타낸 데 따른 발언이다.
그러면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유엔의 우려에도 개의치 않고 마약 근절을 위한 강력한 처벌 조치를 이어갈 뜻을 내비쳤다. 그는 "온나라에서 움직이고 있는 마약 조직망을 파괴시킬 때까지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끊임없는 막말 파문에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지율은 91%를 보이는 등 취임 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필리핀의 뿌리 깊은 '처벌' 문화에서 원인을 찾는다. '인과응보'적 처벌 문화가 발달한 필리핀에서 마약을 다루는 범죄에 대한 대가로 목숨을 잃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필리핀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전통적인 민주절차를 무시하고 있다.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면 법원과 법무부, 헌법재판소 등 사법체계를 무력화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종교와 언론의 자유도 이미 보장할 수 없는 상태다.
필리핀방송 ABS-CBN에 따르면 지난 6월 취임 이후 두테르테 대통령은 1054명의 범죄자를 사살했다. 이 중 비밀 조직인 '자경단'에 의해 목숨을 잃은 범죄자가 40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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