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회사 일에 전념하기 위해 마음을 비웠습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없습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목소리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 홀가분함이 묻어났다. 무려 7년만이었다. 2009년 '형제의 난'으로 갈라섰던 친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재회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1일 금호석화그룹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각자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발표였다.
이번 화해로 조만간 매각될 예정인 금호타이어를 형제가 공동으로 인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타이어 사업)형의 영역이다. 그쪽은 발을 담그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화해 무드가 조성된 만큼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자금 마련 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이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부인한 것이다. 박 회장은 "타이어 인수와 연계되면 과거로 회기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노력과 과정이 물거품되는 것"이라며 자신의 사업에만 열중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박삼구 회장도 동생과의 화해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박 회장은 측근을 통해 "내 부덕의 소치"라며 "동생(박찬구 회장)이 소를 취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로써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그룹 재건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금호타이어를 되찾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박삼구 회장이 자금 마련을 위해 추진해온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간 합병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9월 사모펀드에 매각한 금호고속도 연내 인수해야 한다. 금호고속은 전신이 광주택시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모태 회사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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