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4년 차 뮤지컬 배우 정선아의 성장기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어렸을 때는 누구나 같은 마음일 거예요. 늘 주인공이고 싶죠.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역할이 크고 작을 순 있어도 중요하지 않은 배역은 하나도 없어요. 짧은 대사 한 마디가 관객에게 큰 울림을 줄 때가 있죠. '킹키부츠'에서 단 한 곡을 부르는 '로렌' 역을 맡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어요."
14년 차 뮤지컬 배우 정선아(32)의 성장기다. 정선아를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뮤지컬에 푹 빠진 건 사춘기 시절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보고 나서다. 배우를 꿈꾸기 시작했다. 2002년 열 아홉 살이던 정선아는 뮤지컬 '렌트'의 여주인공으로 단박에 캐스팅됐다. 화려한 데뷔 이후 한 마디로 '꽃길'만 걸었다. '드림걸즈', '지킬 앤 하이드', '아이다', '에비타', '드라큘라'의 주역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인기도 실력도 최정상에 이른 2013년쯤 슬럼프가 왔다. 승승장구가 독이 되었을까. 정선아는 "몇 달씩 같은 노래를 반복하니 매너리즘이 찾아왔다"며 "대사를 하는 와중에도 정신이 흐트러졌다"고 떠올렸다. 정선아는 슬럼프의 끝에서 '작은 역할'을 선택했다. 그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마리아' 역을 맡았다. 주역이었지만 군중 속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정선아는 "마리아를 연기하면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다른 배역들의 마음을 알게 됐다. 내 컨디션보다 주인공 '예수' 역을 맡은 배우 마이클 리와 박은태의 컨디션이 더 신경쓰이더라"며 "그들을 따라가는 내 모습을 보면서 주인공의 자리가 얼마나 감사한지 또 그 자리에서 얼마나 큰 책임감으로 다른 배우들을 아울러야 하는지도 알게 됐다"고 했다.
정선아는 지금 뮤지컬 '위키드'의 글린다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2013년 초연에 이은 두 번째 출연이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통해 주인공의 무게를 알았다면 '위키드'에서는 관객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그는 "예전엔 관객이 나를 향해 보내는 환호에 행복을 느꼈는데 이제는 작품에 몰입해 울고 웃는 관객의 모습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고 했다. 두 번째인 만큼 연기도 더 깊어졌다. "초연에 글린다를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위키드 속 글린다'를 연기하고 있어요. 엘파바나 피에로(등장인물)가 보는 위키드는 어떨까 생각하면서요."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