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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값 상승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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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소고기 자본주의'<이노우에 교스케 지음/박재현 옮김/엑스오북스/1만4800원>

'소고기값 상승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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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휴가철 한우값이 '금값'…8월 더 오른다.'(7월27일 아시아경제) 사육 마릿수 감소로 한우값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다. 이런 뉴스도 있다. '한우값 뛰었다고…덩달아 가격 뛴 수입 소고기.'(5월27일 SBS) 한우값이 오르자 상대적으로 값싼 수입 소고기의 수요가 늘었고 결국 국산과 수입산 모두의 가격이 올랐다는 내용이다.

소고기 값 상승은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일본인들은 '국민 메뉴' 규동이나 편의점 도시락 등에 쓰이는 '쇼트 플레이트'를 주로 즐긴다. 우리말로는 업진살. 그런데 맛, 가격, 식감 등 삼박자를 모두 갖춘 이 부위의 가격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일본 공영방송 NHN의 시사보도 베테랑 PD 이노우에 쿄스케는 2014년 11월 쇼트 플레이트 값이 반 년 만에 50% 이상 뛰자 소비자의 식탁을 흔드는 이 현상을 취재하고 나섰다. 새책 '소고기 자본주의'는 이노우에 교스케가 소고기를 실마리로 파헤친 세계 식량전쟁 이야기다. 그는 중국의 베이징ㆍ타이위안ㆍ다렌,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종횡무진하며 소고기ㆍ양고기ㆍ돼지고기 같은 식육은 물론 콩ㆍ옥수수 같은 곡물 값을 쥐락펴락하는 머니게임의 실상을 목격했다.

일본 상사의 '소고기 마스터'들이 지목하는 가격 상승의 원인은 중국에 있다. 중국의 13억 인구가 소고기를, 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의 소고기를 먹기 시작했다는 것. 2005년 10만 톤 가량이던 중국의 소고기 수입량이 2014년 800만 톤으로 늘며 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중국에서는 스테이크 하우스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중화반점을 찾는 손님 대부분이 돼지가 아닌 소고기 야채볶음을 주문하고 있다.

사실 중국인들은 수천 년 동안 돼지고기나 닭고기만을 식육으로 이용했다. 질긴 식감 때문에 소고기는 국물맛을 내는 데만 썼다. 그런데 최근 중국인의 선호가 바뀌었다. 소고기 대유행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수천 년간 이어진 중국인의 입맛이 단 몇 년 만에 바뀐 걸까.
저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기이한 현상을 2008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를 흔든 글로벌 금융위기와 연관지어 분석한다. 이 사태로 '세계의 공장' 중국은 돈 냄새 맡기가 어려워졌다. 사업가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를 찾아내야 했는데 소고기를 수입하는 '식육 산업'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은 사람들이 가급적 소고기를 많이 먹도록 유행에 불을 지피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고 했다. 즉 공급이 수요를 인위적으로 창출했다는 해석이다.

중국의 소고기 소비는 남의 나라 영토를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다. 뉴질랜드 농가는 양 대신 소를 키우기 시작했고 남미는 전 세계 식육업자들에게 사료를 팔기 위해 광활한 초원을 콩, 옥수수 재배지로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있다. 중국의 분별 없는 소고기 소비가 위험한 이유다.

저자는 자연스럽지 않은 식량 쟁탈전을 경계한다. 소고기뿐 아니다. 곡물 가격 역시 자본에 의해 들쭉날쭉한 움직임을 보인다. 자본주의의 본산인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곡물을 볼모 삼은 투자 전쟁이 벌어진다. 대표 상품이 '커모디티 인덱스 펀드'. 곡물, 커피, 금 등 실물자산을 선물거래하는 금융상품이다.

투자자는 상품의 가격이 예상보다 높게 형성되면 이익을 얻는다. 가령 옥수수 한 개를 내년에 1달러를 주고 사기로 계약했는데 실제 2달러가 되면 1달러만큼의 이윤이 발생하는 식이다. 그러니 투자자들은 상품의 가격이 치솟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이들은 오로지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 시세 끌어올리기에만 몰두한다. 저자는 "곡물을 생산하는 사람, 곡물을 소비하는 사람의 사정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오로지 돈만 쫓는다"고 했다.

<이노우에 교스케 지음/박재현 옮김/엑스오북스/1만4800원>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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