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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의 유품 고국에 안긴 숨은 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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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남산동에 초전섬유·퀼트박물관 운영하는 김순희 관장 50여년 한·일 편물 문화교류로 2012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덕혜옹주 전시회’숨은 공신 역할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우리 것을 가지고 세계화를 해야지. 가장 한국적인게 해외에서도 통해"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그들에겐 없는 우리 것이기 때문.
서울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초전섬유·퀼트박물관' 김순희(85) 관장은 우리나라 '누빔'과 서양의 '퀼트' 세계를 넘나들며 한국의 빛과 색을 편물을 통해 알리고 있는 '대한민국 편물명장 1호'다.

60여년간 편물에 몸바쳐 온 김 관장은 최근에 개봉된 영화 '덕혜옹주' 주인공과도 깊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2년12월 국립고궁박물관은 '덕혜옹주 탄생 100주년&환국50주년 기념 전시회'를 열었다.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이자 '비운의 여인'으로 불리는 덕혜옹주(1912~1989년)의 옷과 장신구 등 약 90여점이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뜻깊은 자리였다.

이 전시회에서는 덕혜옹주가 일본에 가면서 가져간 조성왕실 전통 복식과 화장도구 등 장신구, 혼인 당시 조선왕실에서 일본으로 보내온 혼수품 일부가 일본 문화학원 복식박물관의 도움으로 최초 공개됐다.

바로 이 뜻깊은 문화교류행사를 만들어낸 숨은 주인공이 김순희 관장이었다.
김순희 관장

김순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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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학원 오오누마 스나오 이사장과 제일편물학원 시절부터 50년간 맺은 인연으로 성사시킨 것.

국경을 초월한 아름다운 교류 결과로 덕혜옹주 유품 7점은 지난해 6월25일 고국의 품에 무사히 돌아와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기증품은 당의, 홍색 스란치마, 풍차바지, 반회장 저고리, 단속곳 등으로 김 관장이 신념을 가지고 우리나라에 꼭 보관돼야 할 의상들이다.

"덕혜옹주 혼인때 보냈던 것들인데 한 번도 못입어 보신 것들을 우리나라에 와서 처음 공개하게 된 거지요. 덕혜옹주와 첫 만남 이후 오랫동안 마음 한켠에 자리했던 짐을 그때서야 홀가분히 더는 기분이었어요"라고 회상하는 김 관장에겐 덕혜옹주와의 만남이 엊그제 같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창덕궁 낙선재에 기거하던 영친왕 부인인 故 이방자 여사와 뜨개질로 쌓은 친분으로 낙선재에 방문했을 때 철쭉꽃을 구경하고 있던 덕혜옹주를 만나볼 수 있었다. 당시 덕혜옹주는 3인의 부축을 받아야 문턱을 건널 수 있을만큼 쇄약했다.

조선왕조 궁중의상의 보존에 대한 김 관장의 남다른 사랑은 1984년 故 이방자 여사가 제안하고 김 관장이 발간한 '조선왕조궁중의상'에서도 엿볼 수 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故 이방자 여사가 자신이 소장한 궁중의상을 소개한 이 책은 김 관장에 의해 한국어·일어·영어로 발간됐다.

"궁중의상은 그 나라 특유의 문화 전통을 전하는 귀중한 문화유산이죠. 우리는 다음세대에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김 관장은 2012년 덕혜옹주 전시회 이후 국내에서 한 점이라도 조선 말 궁중의상이 나오길 바랬다며 아쉬워한다.

궁중의상에 대한 김 관장의 사랑은 우리의 전통 조각보라 불리는 퀼트에서도 묻어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누빔'의 역사를 '퀼트'로 세계에 소개하고, 서양의 '퀼트'를 우리나라에 알려온 김 관장의 편물인생은 내년이면 60년을 맞는다.

60여년의 편물 외길을 걸어오면서 덕혜옹주 전시회와 함께 김 관장에게 잊지못할 감격스러운 순간은 1966년 제1회 전국기능올림픽을 개최한 것이다. 1964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대회를 참관한 후 기능인들의 양성을 위해 김 관장이 국내외 관계자들을 설득해 추진한 결실이었다.

그 후 편물직종장과 각종 심사위원장을 역임하면서 2000년 '대한민국 편물명장 1호'로 임명됐다.

남산기슭에 위치한 '초전섬유·퀼트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섬유박물관으로 1998년10월 50여 년을 살아온 남산동의 주택을 개축해 열었다.

현재 초전섬유퀼트박물관에는 조선왕조 궁중의상과 세계의 민속복식, 전통자수 및 보자기, 옛 조각보와 지금의 조각보, 장신구, 해외의 패치워크 퀼트 작품, 김 관장이 수집한 세계 각국의 민속복식 인형 등 1700여점의 소장품이 계절과 주제에 따라 전시되고 있다.

김 관장이 운영하던 제일편물학원 시절 자매결연을 맺었던 일본 문화복장학원과의 교류 덕분에 지금도 지도를 들고 박물관을 찾아오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가끔 있다.

세계 40여개국을 돌아다니며 50여회의 해외전을 개최, 특히 일본전시회만 16회를 열어온 김 관장은 최근 국내 퀼트문화를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일반인들에겐 아직 생소한 퀼트를 핸드폰집, 작은 손지갑, 화장품집, 장바구니 등 생활소품과 연결해 어린이들이나 주부들이 손쉽게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박물관에서 상설로 운영 중이다.

그리고 퀼트 문화를 알리기 위한 봉사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故 이방자 여사가 사회에서 소외된 지적장애인들을 떳떳한 자립인으로 키우기 위해 1967년 설립했던 '명휘원'에는 정기적으로 찾아가 퀼트교육을 무료로 실시하고 있으며,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해 경로당을 찾아가 그들과 친구가 되어 퀼트를 알리고 있다.

현재 김 관장은 오는 9월6일부터 박물관에서 열릴 뉴욕 퀼트 전시회 준비로 한창 바쁘다. 1회때는 유럽·미국 퀼트전을, 지난해 2회때는 헝가리 퀼트전이 열렸는데 주한 헝가리 대사가 방문하기도 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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