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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형 新구조조정 틀 짰다…채권 매각 기준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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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기업의 채권을 은행들이 매각하려 할 때 절차와 원칙을 담은 금융당국의 기준이 마련됐다.

지난해 10월 구조조정 전문 회사인 유암코(연합자산관리)가 출범했지만 채권의 가치평가 등에서 시각차가 있으면 실제 성과를 내기 힘들다. 금융당국이 이에 채권 거래 협상의 룰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다. 채권은행이 아닌 시장형 구조조정 활성화의 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구조조정 채권 매각 모범규준안’을 만들었다고 28일 밝혔다.

여러 금융사들이 모인 채권단 체제에서는 내부 이견과 책임 회피 문제로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측면이 있다. 이럴 때는 채권을 유암코 같은 회사로 넘기면 채권자가 단일화돼 신속한 구조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매각 절차를 규정한다는 목적이다. 규준은 행정지도 성격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규제 효력을 발휘한다고 평가되며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대상이 되는 채권 선정 기준은, 채권은행의 신규 신용공여가 필요하나 경영정상화에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채권단 공동관리를 지속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로 정했다.
또 공동관리 이전보다 기업 개선 가능성이 낮아졌거나, 해당 기업 혹은 주채권은행 외 채권은행이 매각을 요청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했다.

주채권은행은 연간 1회 이상 채권 매각 필요성을 검토하도록 했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도 시간만 끄는 문제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채권 매각 원칙이다. 지금까지는 유암코가 2개 이상의 회계법인을 선정해 평가한 금액을 기준으로 삼다보니 매도자 입장이 반영되기 어려웠다. 이는 원활한 협상을 저해하는 주된 요소였다. 실제로 유암코가 인수한 구조조정 기업은 오리엔탈정공, 영광스텐, 넥스콘테크놀로지 등 3곳에 불과하다.

규준에서는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되 성립되지 않을 겨우 수의계약을 하도록 하는데 채권단협의회와 인수의향자가 각각 선정한 외부전문기관의 실사와 평가 결과 등을 기초로 협의해 가격을 산정토록 했다. 양측이 공동으로 회계자문사를 선정할 수도 있다. 매도자 입장을 반영해 가격 협상을 보다 원활히 하려는 목적이다.

또 채권 매각이 완료되기 전에 해당 기업이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경우, 채권 인수자가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금융채권자의 신규 자금 지원 필요성이 인정되면 인수자가 신규 자금을 액면가로 인수하는 것을 전제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 증가로 채권은행 역할이 축소되고 과도한 이기주의와 채권단 내 이견으로 살릴 수 있는 기업이 부실화되는 등 채권은행 주도 구조조정이 한계에 부딪쳤다고 보고 있다. 대안이 민간 주도 시장형 구조조정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말 주요 사모펀드(PEF) 운용사 대표들을 만나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효율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어 구조조정에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보다 적극적인 구조조정 참여를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범규준은 우선 유암코의 채권 인수를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좀 길게 보면 PEF 등 새로운 구조조정 플레이어들이 들어오기 위한 틀을 마련한 것”이라며 “이런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 시장이 스스로 구조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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