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주상돈 기자]주택시장도 다른 산업처럼 이른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같은 움직임을 보이던 것과 달리 이제는 호재와 악재에 따라 국지적으로 움직인다. 위례신도시 등 입주물량이 풍성한 곳 인근이나 재건축을 위한 철거를 앞둔 곳에서는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강남3구 중심 전셋값 소폭 하락 '이변' = 2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02% 상승했다. 서울의 경우 '위례신도시 유탄'을 맞은 강남구(-0.03%), 서초구(-0.06%), 송파구(-0.03%) 정도만 소폭 하락했을 뿐이다. 동대문구(0.22%), 중랑구(0.18%), 관악구(0.17%), 시흥(0.15%), 서대문구(0.14%) 은평구(0.14%) 등 대부분 지역에서 일주일만에 0.1% 이상 뛰었다. 수도권도 시흥시(0.15%)와 수원 장안구(0.14%) 등이 상승세를 견인하면서 같은 기간 0.04% 올랐다.
5개 광역시의 전세가 역시 0.01% 상승하며 2주 연속 올랐다. 인천을 제외한 지방 5개 광역시(0.01%)는 대구가 -0.06%로 하락폭이 컸으며 광주(0.0%)는 보합을 나타냈다. 반면 부산(0.06%)과 대전(0.02%), 울산(0.01%)은 상승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산출한 전셋값 동향도 비슷한 흐름이다. 실제 조사 대상 시군구 176곳 가운데 상승지역이 105곳으로 하락지역(41곳)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전세 하향안정화 "단정하기엔 일러" = 입주물량이 몰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이 같은 현상이 시장의 전체적인 추세로 보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국지적 공급증가로 인한 일시적 효과라는 점에서다. 더욱이 잠실ㆍ대치ㆍ압구정ㆍ반포 등 대규모 재건축단지의 사업이 본격화할 경우 입주민의 이주로 인한 전세수요가 폭넓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저금리 추세로 인한 전세금 상승 압력 요인도 남아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내년부터 위례ㆍ미사지구 입주물량이 줄어들 예정인데다 재건축시장 경기가 급격히 가라앉지만 않는다면 개포지구를 중심으로 재건축이주가 본격화돼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최근 전셋값 상승률이 둔화된 것은 맞지만 일시적인 현상이며 큰 추세로 보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월세가 늘어나는 등 구조적인 변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세 보증금이 오른 만큼을 월세로 전환하는 준전세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겉으로 드러나는 전월셋값 추이만으로 시장 전반의 흐름을 단정짓긴 어렵다는 얘기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추가로 월세를 받는 준전세가 많이 나타난다"며 "전세금 통계치만으로 시장의 추이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는 "무더위가 물러간 후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면서 재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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