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 없는 일과와 반복되는 업무는 몸과 마음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이런 팍팍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남다른 휴식'을 즐기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통념의 적극적인 실천인 것이다.
김씨는 "내 자신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는 지친 몸과 마음을 말끔히 회복시켜줄 것이다. 트래킹에서 돌아오면 다시 일과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들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기업들이 여름 휴가를 적극 독려하면서 김씨처럼 남다른 이벤트를 즐기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선배나 동료들 눈치를 보느라 끙끙거리면서 휴가계를 내는 모습은 옛 일이 된지 오래다. 이제는 자신에게 주어진 '휴식의 권리'를 당당하게 누리는 것이다.
잘 쉬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한국노동연구원(KLI)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26.6달러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 대비 적게는 10달러, 많게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휴가일수는 5배 이상 차이나는 경우도 있다. 잘 쉬는 나라일수록 생산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평생을 고향인 쾨니히스베르그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매일 같이 5시에 일어나 잠시도 어김없는 하루를 산 것으로 유명하다. 오후 3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철학자의 산책로에서 산책을 즐겼다. 마을 사람들이 칸트를 보며 시간을 맞췄을 정도다. 그런 칸트도 딱 한번 산책이 늦은 적이 있다. 루소의 고전 <에밀>에 심취했을 때다.
칸트는 후일 "노동 뒤의 휴식이야 말로 가장 편안하고 순수한 기쁨"이라는 말을 남겼다. 휴식이 있었기 때문에 칸트가 고단해 보일 정도의 정확한 삶의 순간을 지키고 철학자로서의 성취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제 휴식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진통제가 아니라 리프레시를 위한 영양제에 가깝다. 영국 록밴드 비틀즈의 멤버이자 싱어송라이터 존 레넌은 이렇게 말했다. "눈을 감으면 삶이 편안하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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