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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 삶터] '푸른 기적'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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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동국제강 상무.

김종대 동국제강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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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 진트 아인 볼크"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는 하나'라고 말하자 독일 드레스덴의 만찬장은 벅찬 모습이었다. 이 장면은 전세계로 전파됐다.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의 작전 사령부가 있었던 드레스덴에서 '오월동주'를 외쳤으니, 남북으로 갈린 한국의 현실과 과거의 독일을 연상시키면서 감동을 자아냈을 것이다.
드레스덴의 상징물은 '블루 원더'이다. 엘베강을 사이에 두고 로슈비치와 브라세비츠를 '하나'로 연결한 <켄텔레버 트러스 교량>이다. 이 철교를 거론했다면 독일인들은 더 큰 감동을 받았을지 모른다.

'블루원더'는 280m에 불과하다. 유럽 최대의 막대한 자금을 들여 착공 2년 만인 1893년 6월에 개통됐다. 인근 지역은 수년에 한 번씩 홍수가 난다. 범람한 엘베강은 많은 집들을 물속에 잠근다. 주택 외벽에는 어른 키 높이의 눈금이 그려져 있다. 이곳에 저녁노을이 내리면 주민들은 블루원더 다리 부근으로 모인다. 백발의 노부부, 어린 아이를 동반한 젊은 부부, 연인, 여행객 등등. 이들은 아름다운 엘베강을 가로지른 블루원더를 보면서 지난한 과거 역사를 이야기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폭격으로 초토화된 드레스덴이지만 블루원더 다리는 멀쩡히 남았다. 폭격을 명령 받은 공군 조종사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그냥 돌아갔다는 이야기가 단골 메뉴다.

'푸른 기적'으로 번역되는 이 다리의 전설을 스피치 담당 홍보맨이 알았더라면 '비어 진트 아인 볼크'의 의미를 증폭했을 것이다. 많은 언론사가 대통령의 독일 순방길을 동행했을 터인데 이런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서 읽어 본 기억이 없다. 홍보맨이나 기자나 그루닉의 4가지 PR모형 중, 조사 단계에서의 치밀함을 간과했던 것이다.

파리 센강에는 37개의 다리가 있다. 400년의 역사를 가진 '퐁네프' 다리는 자물쇠로 유명세를 치르고 '비라켕 다리'는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로 유명하다. 한강보다 보잘 것 없는 규모의센강 주변 구조물에 의미를 부여해서 관광상품화한 프랑스인들의 스토리텔링 홍보 기법은 기막히다.
다리는 둘을 하나로 만들어 준다. 세계 주요 도시마다 달콤한 스토리가 담긴 이런 다리들은 하나 이상 있다. 샌프란시코의 금문교, 뉴욕의 브루클린브리지, 영국의 다리 원조 아이언브리지 등은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몰고 오고 엄청난 관광 수입도 올린다.

코리아에는 유명세를 치르는 다리가 없다. 한강에도 37개의 다리가 걸쳐 있지만 관광상품화된 것도, 스토리텔링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한류의 이름을 앞세운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가장 알려지지 않은 것이야말로 가장 굳게 믿어지는 것이다'는 몽테뉴의 말은 홍보맨이나 기자들에게 충언이다. 결국 기자와 홍보맨은 하나인 셈이다.

요즈음 '배철수'기업의 언론 담당자들은 절벽 끝에 서 있다. 구조조정이란 늪에서 허덕인다. 불황의 그림자가 긴 시대, "사실은 이렇다"고 해도 잘 믿지 않는다. 여론은 그렇게 무섭다. 이럴 때 '배철수'기업의 훌륭했던 어제를 아름답게 봐주고, 아직 알려지지 않은 좋은 팩트는 없는지 살펴봐주는 시각도 필요하다. 블루원더가 너무 아름다워 공중폭격을 멈춘 연합군 공군 조종사 같이 감성지수가 높은 기자를 만나고 싶다.

김종대 동국제강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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