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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열대야/ 김참

최종수정 2016.07.18 10:38 기사입력 2016.07.18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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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소가 골목을 돌아다니는 여름밤. 잠 못 드는 내가 파란 소와 함께 산책 나서면 잠들지 못한 사람이 틀어 놓은 음악 때문에 잠들지 못한 새들과 잠들지 못한 새들 때문에 잠들지 못한 풀벌레와 잠들지 못한 풀벌레 때문에 잠들지 못한 아기들. 잠들지 못한 아기 울음소리 아파트 창문 타고 흘러내리는 밤. 거리에 도열한 가로수 초록 잎 열풍에 조금씩 말라 가는 밤. 내가 파란 소 따라 건널목 건널 때 주황색 달이 커다랗게 떠올라 오렌지처럼 타오르는 밤. 그 열기 때문에 잠 못 드는 내가 파란 소와 함께 강변 모래밭을 횡단하는 밤.
 
[오후 한詩] 열대야/ 김참


 부채도 선풍기도 에어컨도 도무지 신통찮은 덥디 더운 여름밤이다. 잠이야 달아난 지 이미 오래고. 이런 여름밤엔 차라리 몽상이나 해 보는 건 어떨까. 파란 소가 골목을 돌아다닌다고 말이다. 물론 파란 소는 이 세상에 없다. 하지만 몽상이란 그런 것이다. 비현실적인 데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보이지만 알사탕처럼 양 볼 가득 물고 있다 보면 마냥 행복해지는 것. 시인을 따라 그런 몽상을 한번 해 보자. 동네 골목을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는 파란 소가 하나 있다. 그 소를 따라 산책을 나간다. 나가 보니, 놀라워라, 여름밤은 온갖 소리들로 은성하구나. 문득 어떤 음악 소리, 새들이 푸드덕 날아가는 소리, 풀벌레 우는 소리, 아기의 울음소리, 그리고 그 가득한 소리들 속을 파란 소와 함께 산책하는 당신의 발자국 소리. 그리고……, 그리고 자 이제부터는, 당신이 꿈꿀 차례다.

채상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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