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화려한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검은색 세단이 등장하고, 보타이로 멋을 낸 노신사가 내린다. 그는 이내 젊은 힙합가수의 랩을 지켜보더니 스스로 랩을 선사한다.


“내 이름은 송해, 금융거랜 ONE해. 원하는 걸 말해봐, 대답은 간단해. 다른 건 잊어버려, 하나만 기억해. I want, i-ONE Bank.”

라임을 맞춘 가사가 인상적이다. 방송인 송해가 등장하는 IBK기업은행의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 ‘i-ONE Bank’ 광고의 한 장면이다.


비주류 장르에서 가요계 대세로 떠오른 힙합음악이 금융권 광고에서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한 때 신용카드회사들의 표어식 광고카피가 유행이었다면 지금은 힙합의 랩이 금융회사 광고의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은행의 광고에서는 90살의 송해가 랩을 하는 모습이 방영돼 이목을 끌었다. 송해가 래퍼 딘딘과 주고받은 랩 배틀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수준급의 랩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빠르고 긴 랩이 금융사 광고에 등장하는 것은 젊은이들과의 접점을 늘려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기업은행이 송해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면서 한 편의 힙합 뮤직비디오처럼 광고를 선보인 것도 젊은층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에서였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송해는 기업은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오랫동안 광고모델을 해왔다”며 “여기에 최근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장르인 힙합을 결합해 시너지효과를 노렸다”고 밝혔다.


이 광고로 기업은행은 젊어진 기업이미지를 구축하게 됐고, 최근에는 군인전용카드인 IBK나라사랑카드 사업에 주력하며 젊은층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i-ONE Bank’ 앱 다운로드 건수는 740만 건에 달한다.

금융권 광고에도 힙합이 대세…90살 송해의 랩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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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도 모바일 앱인 ‘위비톡’을 홍보하기 위해 개그맨 유재석을 모델로 한 힙합 콘셉트 광고를 내보냈다. 위비톡은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팅 앱처럼 가입자들 간 대화를 할 수 있고, 단체 채팅방도 만들 수 있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위비톡 앱 누적 다운로드 수는 151만 건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과 금융하면 무거운 이미지가 강했는데 유재석과 힙합 콘셉트가 합쳐져 새로운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선보인 KB국민카드의 ‘청춘 맞춤형 할인카드 청춘대로’도 가수 DJ DOC의 ‘나 이런 사람이야’를 개사한 광고였다. ‘남자편’과 ‘여자편’으로 나눠 방영된 광고는 2030세대가 공감할 만한 가사로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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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만하더라도 금융사들은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표어식 광고카피를 많이 선보였다. 광고가 유행어를 만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끈 문구들도 있었다. 그중 2001년에 나온 BC카드의 ‘여러분, 부자되세요’와 2004년 현대카드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가 대표적이다.


광고카피를 전면에 내세우는 금융권 광고는 지난해 다시 등장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삼성카드에서 배우 유해진을 등장시켜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는 광고카피를 선보인 것이다. 이 카피는 “할인되는 카드 있으세요, 마일리지 카드 있으세요, 통신사 카드 있으세요…”라고 묻는 가게 점원을 바라보며 유해진이 독백하는 장면에서 나온 카피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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